남북관계가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습니다. 지난달 5일 북측 주민 31명이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표류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남측 당국이 한 달 만인 4일 귀순자 4명을 제외한 27명만을 송환하겠다고 밝히자, 북측이 전원 송환을 요구해 27명이 오도가도 못 하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남측은 4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귀순을 결정한 만큼 북측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측은 당일 오후 “31명 전원을 배와 함께 나갔던 해상경로를 통해 무조건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남측이 요구한 27명 인수를 거부했습니다. 나아가 북측은 “남측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에 엄중한 후과를 미치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표류자 31명의 송환문제는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호재였습니다. 그런데 ‘27명 송환, 4명 귀순’으로 되면서 악재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북측이 귀순 공작을 제기할 정도로 남측 당국의 일 처리가 미심쩍었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남측 언론에서 31명이 단순 표류했고, 귀순 의사가 없다는 내용이 종종 보도됐습니다. 그런데도 31명에 대한 조사 기간이 여느 때와는 달리 거의 한 달이나 될 정도로 길었고, 또한 조사기간에 관광을 시켰다는 의혹 제기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귀순 공작은 1960년대, 70년대 때의 얘기입니다. 6.15시대에는 귀순하겠다고 해도 잘 설득해서 되돌려야 할 판입니다. 통일시대에 남에 살건 북에 살건 고향에서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송환자 27명과 귀순자 4명의 운명이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남측이 귀순자 4명을 북에 보내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면서 돌려보내지 않고, 또 끝까지 4명이 자유의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고집하면 결국 북측은 27명만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7명이 언제까지나 인질처럼 비쳐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이 같은 기본적인 일조차 투명하거나 도덕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남측 당국의 처사로 인해 표류자 31명의 삶이 어렵게 되었고, 남북관계는 더 한층 악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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