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3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28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Key Resolve)/독수리 훈련(Foal Eagle)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훈련에는 해외미군과 주한미군 1만2800명이, 한국군은 동원예비군을 포함해 20여만명이 참가합니다. 미 항공모함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올해 초 북측의 대남 유화공세로 열릴 듯하던 남북대화가 지난 9일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이제 남북 간에 새로운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이 갖는 살벌함은 그 규모도 규모지만 무엇보다 내용입니다. 이번 훈련에서는 북측의 전면전과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와 같은 국지전 도발에 대비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하며, 또한 미군 대량살상무기 제거부대도 참가해 핵과 대량살상무기 제거 연습과 북의 정권교체 등 급변사태에 대비한 훈련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니 북측이 민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남측은 ‘연례적 방어훈련’이라 순화시키지만 북측이 ‘외세와의 공공연한 북침전쟁공조’라고 비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27일 성명을 통해 ‘키 리졸브 도발’에 대해 ‘서울 불바다전’ 운운하며 “침략자들의 핵공갈에는 우리 식의 핵억제력으로, 미사일위협에는 우리 식의 미사일타격전으로 맞서나갈 것”이라고 ‘핵 대 핵’, ‘미사일 대 미사일’을 선언했습니다. 같은 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최근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와 관련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 조준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모든 일은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라는 인과율(因果律)에서 본다면 남측이 원인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남측이 임진각에서 대북 삐라와 물품을 살포하지 않는다면 북측도 임진각 조준사격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남측이 키 리졸브 훈련을 자제하거나 축소한다면, 적어도 북측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정도의 훈련을 한다면 북측도 저토록 강력한 반발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시계(視界)제로가 되었습니다. 남측이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기거나, 나아가 그 원인을 제공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