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 선출된 김영주(59) 목사는 지난 연말에 인터뷰 스케줄을 잡기도 힘들 정도로 여러 곳으로부터 ‘불려다녔다’.

조금 한가해질 만한 2월 중순으로 인터뷰 일정을 늦춰 잡았지만 당일인 14일 오후도 한 시간 단위로 약속이 빼곡했다. 그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계의 변화를 바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일까.

"교회가 너무 커져버리니까 가난을 도둑맞았다"

▲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국 교회가 결국 성숙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교회가 너무 커져버리니까 가난을 도둑맞았다.” 그의 진단이다.

이어 “이런 확장주의 때문에 ‘봉은사 땅밟기’ 같은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다”며 “물론 이런 극단적인 행태가 기독교 본류는 아니고 아류지만, 한국 교회가 성숙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래 KNCC로 더 잘 알려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종교간 대화와 화해에 앞장서 왔기에 ‘대화’를 자신의 ‘달란트’로 여기는 김영주 목사야말로 총무로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저 스스로는 대화를 굉장히 즐긴다. 사람이 만나서 서로 겸손하게 대하면 못할게 뭐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너무 지나친 이념적 굴레에 자기를 가둬놓고 보니까 생각도 다르고 다투기도 하는데 우리가 조금만 열려 있으면 상대의 장점을 금방 볼 수 있고, 나의 약점도 금방 볼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깊이 해야 한다”는 것.

특히 “우리 사회는 다종교 사회”라며 “정말로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로 대화하는 것, 열어놓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 작은 일부터 상징적으로 동참해보는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 극복 문제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을 망라한 단체들이 공동 주최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한국 사회의 책임인 남북문제를 같이 노력하는 것이 상대를 이해하는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물흐르듯 그의 고민이 분단과 통일 문제에 다다르곤 한다.

지난 10년 "회한과 아픔이 있다"..  "민간 대북지원 허용해야"

“1989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들어와서 초창기인 1991년부터 통일위원회에서 실무국장을 했다. 그 때는 정부가 통일논의를 독점하고 있었고 시민단체도 별로 없어서 교회만이 할 수 있었던 역할이 있었다. 1993년에 기독교 내의 진보와 보수 인사들이 모여서 남북나눔운동이라는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도 만들었다.”

▲김영주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서 "북측과의 교류협력과 정책 조율"을 두 가지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그가 남북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에 나선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특히 전반기 10년은 남북관계가 원할치 못한 시기였지만 후반기 10년은 6.15공동선언 이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진 시기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들어서면서 통일문제에 대해 헤게모니를 정부가 쥐었다 할 정도로 전향적이었다. 시민사회단체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협력을 받아 일을 하게 됐다.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자생력을 갖고 때로는 정부를 견제하고 북한도 견제하고, 시민들하고도 공감대를 이루면서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그런 내적 철학을 깊이 만들어갔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있다.”

이른바 ‘6.15시대’에 남북평화재단 상임이사와 6.15남측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맡아 민간 통일단체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그가 이 시기를 두고 “회한과 아픔이 있다”고 말한 점은 곱씹어보아야 할 지점이다.

그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서 북측과의 교류협력과 정책 조율을 두 가지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통일은 88선언 5원칙*에서 이야기했듯이 민중참여 원칙이 중요하다. 민중이 빠지고 정치가들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통일문제에 있어서 교회협의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때론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면 정부의 정책이나 시책에 대해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할 것은 토론하면서 교회협의회가 감당해보려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되도록 해야겠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으면 남북교류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을 그도 잘 알고 있다.

“통일부 장관을 만나 교회협의회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힘든 일이 있겠지만 먼 민족의 미래를 볼 줄 아는 시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제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전쟁 중에도 각 나라마다 적십자를 운용한다. 남한과 북한이 현재 존재하고 있는데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 추운 겨울을 날 때 남한 정부가 대승적 견지에서 도와야 당연하다. 특히 민간들이 지원하는 것은 허용했어야 하지 않나? 지금이라도 정부가 허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다.”

▲김 목사는 "WCC 총회를 통해 한반도 문제가 갈등이 해소되고 대화가 완전히 복원되고 통일을 위한 세계인들의 몸부림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더구나 최근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되는 상황에 대해 그는 “최근 남북간 대화를 열듯하다 못 여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남한 정부도 자제하고 대화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북쪽도 대화에 응해야 하고, 교회협의회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가 대화 복원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WCC부산총회, 열차로 '유럽에서 부산까지'

그가 임기 4년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 재직하는 기간에 열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한 기대는 크다.

지난해 12월 취임 예배에서 그는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평화의 축제가 되게 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도 있다.

“유럽에서부터 중국이나 러시아를 거쳐 남북을 관통하는 열차를 타고 세계교회의 평화를 애호하는 사람들이 휴전선 넘어 부산까지 한반도 분단 현실을 체험하고 내려왔으면 좋겠다. 또 가능하다면 ‘평화 프리 어셈블리’라는 총회 전의 사전행사가 있는데, 평양에서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 WCC 총회를 통해 한반도 문제가 갈등이 해소되고 대화가 완전히 복원되고 통일을 위한 세계인들의 몸부림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같은 그의 바람이 기독교 신앙과 어떻게 연관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WCC 국제위원회가 84년에 일본 토잔소에서 ‘토잔소 선언’을 만들었는데 한반도 평화문제는 세계 평화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교회지도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선언이었다”며 “그런 정신에 따라서 2013년 부산총회에서 남북교회와 세계교회가 남북 평화를 위해 노력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기독교 정신 근본에 들어가면 통일문제는 우리가 꼭 해야 할 과제”라며 “기독교는 화해다. 사랑도 화해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해서 독생자를 보내신 것도,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하나님과 세상의 화해를 이룬 것도 다 사랑과 화해를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6년 지금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전신인 조선기독교도연맹 때부터 끊임없이 관계해왔고 교류협력을 도모해왔다”며 “지금도 만나자고 제안도 해놓고 있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발의 온화한 신사로만 기억하고 있는 그와 작별의 악수를 나누면서 키가 크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88선언과 5원칙 : 한국교회는 1988년 2월29일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평화와 통일을 향한 선교 사명을 내외에 천명했다. 이 선언은 1972년 7.4 공동성명에서 채택한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 덧붙여 인도주의와 민중의 통일논의 참여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과제는 한국의 정치.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동시적 과제임을 인식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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