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정세가 대결 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서 고위급 군사회담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원인(遠因)으로는 정초부터 개시된 북측의 대남 대화 공세이며 근인(近因)으로는 지난 20일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남북관계에서 180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정세의 역동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북측은 끊임없이 남북대화를 요구해왔고, 미국과 중국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조치’,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 등을 밝혔고, 일본 간 총리도 지난 일본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일북) 국교정상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남측도 남북 군사회담을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찝찝합니다. 현 정세를 주도하기보다는 상황에 떼밀려서 하릴없는 선택을 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래서 아직도 북측과 대화할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향후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북측과는 각을 세우고, 동맹국 우선을 외치며 남측을 일방적으로 두둔해오던 미국 측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최근 방한한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그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26일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회동 직후 정부 고위당국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대북 식량지원 재개 문제를 언급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모두가 남측의 기존 입장과 다른 현상들입니다.

까닥하다 남측은 끈 떨어진 연(鳶)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동맹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국익입니다.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맹국을 잠시 내칠 수도 있습니다. 남측이 대결 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되고 있는 현 정세에 부응하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남북대화에 진정성을 갖고 과감하게 나서는 것입니다. 지금 남북 군사회담도 그 진전이 지지부진합니다. 북측은 정초부터 아낌없는 대남 유화 공세를 펼쳤습니다. 남측도 이 기회에 한번쯤 북측에 아낌없는 화답을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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