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Orascom)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오라스콤전기통신회사의 투자활동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때 방문한 이사장(사위리스 회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따뜻한 담화를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김 위원장이 외국기업인을 접견한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국가 수뇌급도 아닌 일개 사업체의 대표를 만난 것에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평양에 가면 어딜 돌아다녀도 하늘 높이 보이는 건물이 있습니다. 전에는 대형 크레인을 이고 공사가 중단된 형태로 있기에 무슨 흉물 같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공사가 재개돼 외벽에 유리가 부착되면서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건물 말입니다. 바로 피라미드를 연상할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한 북한 최대의 건축물인 105층 류경호텔입니다. 이 호텔은 1987년 프랑스 기술과 자본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자금난으로 92년에 공사가 중단됐었습니다. 북한은 이 호텔 공사를 재개하면서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인 2012년에 준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북한에는 휴대전화 사용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휴대전화는 다름 아닌 북한 내 이동통신 독점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의 사업입니다. 오라스콤은 북한측과 75대 25로 투자해 설립한 ‘고려링크’를 통해 2008년 12월15일 평양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30만명이 가입,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류경호텔도 바로 이 오라스콤의 투자로 2008년 4월부터 공사가 재개됐습니다. 오라스콤이 북한에게 은인이라 할만도 합니다. 북한이 2009년 사위리스 회장에게 친선훈장 제1급을 수여해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번 김 위원장의 사위리스 회장 접견을 두고 북한이 2012년을 앞두고 오라스콤에서 대규모 대북투자 유치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다가 이날 자리에는 작년 7월 외자유치 전담 창구로 설립된 합영투자위원회를 총괄하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배석해 그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오늘날 국가적 차원의 비즈니스에 최고지도자가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경제계 인사로 김 위원장과 접견한 사람은 남측 현대가의 정주영-정몽헌-현정은 회장뿐이었습니다. 왠지 단절된 남북관계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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