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북한의 고위급 군사회담 제의에 이명박 정부가 원칙적 수용입장을 밝힘으로써 2011년 남북관계는 실날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연초의 희망을 실제의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화를 견인하는 외부의 힘은 만들어져 있고 여기에 맞물려 남과 북이 회담개최엔 합의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남북관계의 성공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초의 조그마한 희망이 여전히 불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반도 정세변화와 국면전환을 추동하는 외부 요인은 이미 형성된 반면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선택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관건은 한국의 선택이다. 대화를 요구하고 견인하고 있는 외부 요인에 대해 그리고 이에 적극 호응하며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전략과 입장을 가지고 대응할 것인가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일단 북의 고위급 군사회담을 원칙적으로 수용했지만 그것만으로 향후 남북관계가 순탄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라는 외부요인의 힘에 대해 과연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대북정책을 전환하면서까지 호응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이명박 정부의 선택지는 두 경로가 가능하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대화견인력과 북한의 적극적인 대화공세에 부응해 남북대화 복원과 북핵협상에 동참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2011년 한반도 정세가 대결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관점에서 협상을 진전시키는 경우와 대화국면에 억지로 떠밀려 못이긴 채 참여하는 경우로 나뉠 수 있지만 여하튼 한반도는 대화의 흐름으로 전환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의 대화견인력과 북의 대화공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선굴복을 끝까지 고수하고 원칙과 의연함의 대북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결국은 대화결렬과 관계악화로 귀결되는 경우다. 물론 여기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이 성공하는 경우와 실패하는 경우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 대화에 응하는 모양새를 갖추되 대화결렬의 책임을 북에 돌릴 수 있게 되고 결국 미국마저도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대화요구라는 외부요인을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대응으로 차단하는 ‘성공적’ 경우가 있을 수 있다. 1994년 북미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남북특사교환이라는 조건을 걸어 결국 남북대화 과정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불바다’ 발언이 돌출됨으로써 대화결렬과 북의 강경대응 및 미국의 영변폭격 준비까지 이어지는 수순을 이명박 정부는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완고한 고집의 관점에서는 성공이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2011년 한반도 정세의 관점에서는 모처럼 조성된 대화 견인력을 무력화시키고 강경대결 국면으로 회귀하고 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강경 고수와 남북대화 결렬로 귀결되는 다른 하나의 경우는 이명박 정부의 완고함으로 남북대화가 중단되지만 그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 부과됨으로써 이후 한반도 대화국면이 한국 정부를 제외한 나머지에 의해 주도되는 외교적 고립의 시나리오이다. 마치 노무현 정부 시기 납치문제를 조건으로 걸어 국내정치에 ‘납치된’ 일본이 결국 6자회담에서 시종일관 왕따 역할에 머물고 말았던 경우와 흡사하다 할 것이다.

지금 시기에서 한국의 국가이익 최대화는 조성된 대화 국면을 적극 활용해서 선제적인 대북 제의를 주도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한을 관리하고 북핵을 진전시키며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수 있는 정세 개입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2011년 한국 정부는 반드시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개입력을 확보해야 하고 이는 곧 남북대화 복원과 남북관계 정상화에서 비롯됨을 명심해야 한다. 미중의 공감대와 북한의 호응으로 조성된 남북대화의 견인력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대화의 끈이 유지되고 대화가 성사되며 결국은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방향으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북한 굴복과 원칙 고수라는 고집과 오기를 내세워 대화 결렬과 남북관계 중단을 지속하려 한다면 이야말로 명분과 감정에만 집착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과 개입력을 포기하고 마는 실익도 대책도 없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오히려 남북대화라는 ‘기회의 창’을 적극 이용해서 대북 선제적 대응을 함으로써 향후 전개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북핵문제와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의 입지와 역할을 공고히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실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졸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국방부, 청와대 자문위원 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역임

2007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역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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