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인민무력부가 20일 남측 국방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전격 제의했습니다. 연초부터 북측이 당국간, 민간 할 것 없이 전방면적인 대남공세를 펼치더니 급기야 군부까지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때였습니다. 제의 시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의 내용이 파격적입니다.

북측의 이번 제의가 힘을 받는 이유는 막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공동성명에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대목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강대국에 의해 남북대화가 강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형세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비핵화 문제가 시급한데 남북 간 대결상태가 유지되니, 이번 G2(주요 2개국)회의에서 아예 ‘남북대화’를 못 박자는 의도입니다.

아울러, 북측의 제안 내용이 파격적입니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회담의제를 ‘천안호(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로 하자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른바 남측의 역제의를 받아들인 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 안정화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에 따라 군부가 등장했다는 점도 회담 제안의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측의 회담 제의 주체와 의제 그리고 시기 등이 명확하고 절묘하니 남측이 거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남측은 곧바로 수용했는데 그 이유가 “(북측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위급회담에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냥 대화를 위해 나간다고 해도 충분한데, 끊임없이 이유를 달고 있습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판입니다. 강대국에 의해 차려진 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주인은 남과 북입니다. 다소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남과 북이 이번 만남과 대화를 통해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회담까지 동행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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