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시작된 북측의 대남 유화공세가 20일이 지나도록 변함없습니다. 다 알다시피 이미 북측은 신년공동사설에서 ‘남북 간 대결상태 해소’ 의지를 천명하고, 5일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에서 ‘조건 없는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안했으며,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당국 간 회담뿐 아니라 적십자ㆍ금강산 회담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남측은 냉정합니다. 북측의 유화공세에 대해 처음엔 ‘진정성’ 운운하며 방어하다가 북측의 공세가 전방면적으로 거세지자 하릴없이 작전을 바꿔 “국제사회에 대한 위장평화 공세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상투적 전술의 일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 등의 조건을 달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만남을 제안한다”며 이른바 역제의를 했습니다.

북측의 ‘조건 없는 회담 제의’와 남측의 ‘역제의’가 맞붙은 것입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남측의 역제의는 제의라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북측의 조건 없는 회담 제의에 대해 북측이 받기 힘든 조건 있는(많은) 회담을 제의했기 때문입니다. 즉, 북측에 대한 (역)제의라기보다는 사실상 북측의 제의를 일축하겠다는 것입니다. 남측의 역제의에 대해 오히려 진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동시에 북측의 소나기 공세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임시방편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남측이 이 정도로 매몰차면 북측이 정색을 할만도 할 텐데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최근 북측의 대남 구애(求愛)가 절정에 오른 듯싶습니다. 북측의 언론매체들은 하루에도 수개의 기사를 통해 대화와 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무작위로 뽑은 ‘하루빨리 대화의 마당에 나와야 한다’, ‘마주앉으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 ‘의심할 것이 없다’는 등의 기사 제목만 봐도 그 절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연 북측의 이 같은 절절한 대남 구애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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