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익환 목사 17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 '생명.평화를 향한 대행진'이 '통일맞이'주최로 18일 서울 대한성공회대성당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손을 맞잡고 '함께가자 이길을' 노래를 부르며 늦봄 문익환 목사의 정신을 이어가기로 다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벗들이여!
이런 꿈은 어떻겠오?
155마일 휴전선을
해뜨는 동해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이 보이는 산정에 다달아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중략)

그도 아니면
이런 꿈은 어떻겠오?
그 무덤 앞에서 샘이 솟아
서해 바다로 서해바다로 흐르면서
휴전선 원시림이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펼쳐지고
한려수도를 건너뛰어 제주도까지 뻗는 꿈,
그리고 우리 모두
짐승이 되어 산과 들을 뛰노는 꿈,
새가 되어 신나게 하늘을 나는 꿈,
물고기가 되어 펄떡펄떡 뛰며 강과 바다를
누비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문익환, '꿈을 비는 마음' 중에서-

고 문익환 목사 소천 17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 '생명.평화를 향한 대행진'이 '통일맞이'(이사장 김상근) 주최로 18일 서울 대한성공회대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 음악회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 상황 속에서 고 문익환 목사의 통일을 향한 꿈을 새기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 김상근 통일맞이 이사장은 "늦봄의 외침이 바로 7천만 겨레의 함성"이라며 "평화의 길, 그 날은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상근 통일맞이 이사장은 "오늘은 늦봄이 우리 곁을 떠난지 17년이 되는 날이다. 모두 늦봄을 그리워 한다"며 "그가 그렇게도 열망하던 한반도 평화가 이렇게 뒷걸음 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늦봄이 차고 나간 벽 앞으로 펼쳐진 평화의 길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면서 문 목사를 추모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늦봄의 길이 분명히 우리의 길이다. 늦봄의 외침이 바로 7천만 겨레의 함성"이라며 "평화의 길, 그 날은 만드는 것이다. 2012년 변화의 해를 향해서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 늦봄과 함께 참혹한 현실을 온 힘으로 뚫고 나가자"고 독려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문 목사님의 방북사건은 통일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놀라운 일을 한 한반도 통일의 특징과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라며 "남쪽 민간인이 북에 가서 김일성 주석과 만나 담판을 해서 민간인과 당국자 사이에 새로운 합의를 이뤄내고 이것이 훗날 6.15선언의 기초를 닦은 것"이라며 문 목사를 기렸다.

백 명예교수는 "남쪽 민간사회가 남북 당국자 이외에 남북관계의 제3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목사가 제3자였다"며 "연평도 이후에 남북관계 경색되고 통일운동이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제1,2 당사자와 비교해 볼 때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 문 목사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남북의 어느 당국에도 종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제3의 당사자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식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도 "늦봄을 가슴에 품는 것은 좋지만 회고담으로 남겨서는 안된다"며 "우리 앞에 내민 칼날을 거부해야 한다. 더 이상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 내 동포, 민족을 저버리고 바깥 세계에 추파를 던지면서 기득권을 재생산하려는 세력에 맞서자. 우리 민족끼리 손 맞잡고 자주적으로 통일하여 더 이상 강자에 의해 약자가 억압받고 총칼 들이대는 세상을 밀어내기 위해 늦봄을 찬송하면서 전진하자"고 말했다.

▲ 노래패 '우리나라'가 '철망앞에서', '평화의 노래, 통일의 춤을' 등을 노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추모 음악회에는 문익환 목사의 '꿈을 비는 마음' 낭송과 노래패 '우리나라'가 출연, '철망앞에서', '평화의 노래, 통일의 춤을' 등 노래공연을 펼쳤으며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힘내라 맑은 물', '우리 승리하리라', '그대 오르는 언덕' 등을 불렀다.

또한 참가자들이 '2011년 꿈을 비는 마음'의 소원지를 적는 행사가 열렸다. 황인성 전 통일맞이 집행위원장은 "변화와 평화를 갈구하는 민중의 꿈이 열매맺도록 대통합의 꿈 이루게 해주소서"라고,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 모두가 다시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가 처음 나섰던 길에서 하나임을 확인하게 하소서"라고, 임수경 씨는 "포성소리 진동하는 세상이 아니라 평화의 노랫소리 울리는 하늘 점지해 주소서"라고 소원을 빌었다.

이날 추모 음악회에는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영근, 문성근, 며느리 정은숙 등 가족들을 비롯 김상근 통일맞이 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근태, 장영달 전 국회의원, 천정배 민주당 국회의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유원규 목사, 이해학 목사, 임수경 씨, 양길승 녹색병원장, 최교진 대전통일교육협의회 회장, 황인성 전 평화협력대사,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 합창단 '평화의 나무'는  노래공연 도중에 'NO WAR' 피켓을 들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를 위해 참가자들이 다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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