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북한의 새해 공동사설을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설의 제목에서 “농업”이 빠진 부분에 대해 식량자급이 실현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통일부와 통계청의 자료를 볼 때 북한식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는 흐름이 대세인 상황이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여전히 농업문제를 “인민생활문제해결의 생명선”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을 두고도 “식량이 부족하니까 저러는 것”이라 예단하는 것이다.

과연 북한식량은 어떤 수준인가? 2010년도 북한의 식량생산에 대한 통일부의 분석이 이미 발표되었어야 하는데도 정부당국은 아직도 “분석중”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이 발행한 “2011 국제정세전망”에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의 추산을 언급하며 북한이 지난해 수해에도 불구하고 비료생산 증가와 비료수입 증가로 인해 수확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여전히 북한의 곡물생산량을 448만 톤으로 추산, 예상소요량인 535만 톤에 비해 87만 톤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남측의 통계자료가 제출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글에서는 부득이하게 2008년도의 자료를 통해 다시 한 번 북한식량 현황을 추산해보기로 한다.

식량자급을 완전히 실현한 북한

북한연구에 있어 자료의 신빙성이 늘 커다란 문제이다. 통계자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통계청도 북한으로의 직접 접근이 제한된 채 국가정보원이 주는 자료만 취급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일부 자료에 있어서는 공신력 없는 “장마당 물가”에 의존하는 수준이라 시야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유엔 산하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자료를 통해 북한식량현황을 추산해보자. FAO는 (http://faostat.fao.org/)에 세계 모든 국가들의 연도별, 작목별 생산량 등 식량통계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FAO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8년도 북한의 총 곡물생산량은 647만 톤이다. 세분해서 살펴본다면 쌀 286만 톤, 감자 152만 톤, 옥수수 141만 톤, 고구마 38만 톤, 콩 30만 톤이다. 만일 보리와 밀, 귀리 등을 첨가하면 곡물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제외한다면 곡물생산량은 457만 톤이 되는데 이는 외교안보연구원이 추산한 448만 톤과 유사한 규모이다. 즉, 정부당국은 “곡물추산”이라는 이름으로 감자와 고구마를 뺀 채 쌀, 밀, 옥수수만을 합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곡물이 연간 535만 톤 규모라고 하니 2년 전에 이미 112만 톤을 초과해서 생산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곡물 이외의 농업생산량은 어떻게 될까?

FAO는 북한이 2008년에 이미 돼지고기 18만 톤, 계란 14만 톤, 닭고기 3만1900톤, 쇠고기 2만1750톤, 우유 9만6000톤을 생산했다고 한다. 돼지는 대략 110kg 정도 나갈 때 도축하므로 18만 톤의 돼지고기 생산은 북한이 2008년 한 해에만 160만 마리의 돼지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소는 무게가 640kg 가량일 때 도축하므로 북한이 2008년에 대략 3만 4000마리의 소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 축산업의 사료체계가 소가 먹을 수 있는 옥수수보다는 돼지가 먹을 수 있는 감자 중심이란 것을 말해준다. 계란의 경우 계란 1알에 대략 60g이 나가므로 14만 톤의 계란은 계란 23억 알이 된다. 북한 주민 1인당 100알 가량을 섭취한 것으로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3일에 1번씩 계란 1알을 먹은 것으로 된다. 계란공급을 아이들에게 집중한다면 아이들은 하루 걸러 한 알씩의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토끼고기를 9만 톤이나 생산했다는 점이다. 이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이 식량이 부족하던 당시 상황에서 “풀먹는 짐승 기르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쳤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2008년 북한은 총 32만3600톤의 육류를 생산하였다. 이는 북한주민 1인당 13.4kg의 육류를 섭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 북한주민들이 평균적으로 1주일에 1번씩 고기 1인분을 먹고 3일에 1번씩 계란 1알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생선을 포함하게 되면 고기섭취는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1주일에 1번 먹는 고기식사는 육류섭취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북한 축산업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식생활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수준을 예전에 이미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 외 FAO는 북한이 사과 63만 톤, 야채 295만 톤을 생산했으며 마늘 9만5000톤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FAO의 통계추산방식이 잘못되어 수치가 부풀려진 것은 아닌가 의견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FAO는 북한의 1995년 식량생산 통계에서 쌀 201만 톤, 옥수수 136만 톤, 감자 44만 톤, 콩 28만 톤으로 총 409만 톤의 곡물을 생산했다고 한다. 이 경우 북한의 식량부족량은 130만 톤이 되므로 당시 북한의 식량난이 설명된다. 대체로 FAO의 통계추산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식량부족을 떠들고 있는 보수언론도 FAO의 자료를 중시한다. 2004년 4월 14일, 조선일보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농림부가 FAO 자료에 의거, 발표한 자료라며 한국이 2002년에 쌀 668만 톤을 생산해 세계 1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하고 있는 점이다. 보수언론과 정부부처 모두, FAO의 자료를 중시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FAO의 통계자료만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1990년대 중반의 식량난 시기에 비해 쌀을 85만 톤 증산하고 감자를 무려 108만 톤 증산하여 식량자급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알곡증산을 독려하는 이유

그렇다면 식량자급을 실현하였다는 북한이 올해 공동사설에서 또 다시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기어이 해결하려는 당의 의도를 받들고 농업부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결정적으로 늘여야 한다”며 알곡증산을 독려하는 대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노동신문의 1월 8일자 기사에서는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원만히 푸는 것은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이다”고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북한이 2008년에 생산하였다는 647만 톤의 곡물 가운데 쌀은 절반이 채 안 되는 286만 톤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이 감자와 옥수수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경제강국”을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북의 식생활이 비슷할 것이라 가정할 때 북한의 쌀 생산 목표치를 남쪽의 쌀 생산을 통해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서울시민들은 밥은 대부분 국내생산 쌀로 먹으면서 상당부분 국수, 빵 등 밀가루 곡물로 식사를 대체한다. 북한주민들도 서울시민과 유사한 식생활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할 때 북한의 쌀 생산목표치는 대략 345만 톤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2008년 691만 톤의 쌀을 생산했는데 북한주민이 2400만 명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니 대략 쌀 345만 톤이면 북한주민 모두가 서울시민과 유사한 비율의 쌀밥을 먹을 수 있다. 다만 서울시민들은 밥을 먹지 않을 때 밀로 만든 빵, 과자, 면류 등을 먹지만 북한은 옥수수, 감자를 이용한 빵과 면류를 먹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2008년 생산한 286만 톤의 쌀은 주민들이 원만히 밥을 먹을 수 있는 345만 톤까지 도달하기에는 59만 톤이 모자라게 된다. 그리고 쌀 생산을 늘려야 그만큼의 옥수수와 감자를 가축사료로 전환할 수 있어 육류생산을 크게 늘일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비료생산을 늘리며 알곡증산을 강조하고 이모작을 적극 장려하며 농업전선을 “생명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로부터 쌀과 밀을 수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료공업 원료로서 농업

북한은 농업증산의 방법을 “종자혁명방침,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방침, 콩농사방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종자개량과 이모작, 감자와 콩 증산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올해 주된 과제로 제기하고 있는 경공업 부문에서 “식료가공공업”을 중시하고 있는 바 식료가공품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증산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식료가공공업의 중요 원료 중 하나는 설탕이다. 설탕은 각종 당과류, 빙과류, 음료의 원료이며 빵을 구울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원료이다.

1월 2일, 조선신보는 “식료일용공업성 김영란부상에게서 듣다”란 취재기사에서 “평양곡산공장에 능력이 큰 물엿, 효모, 포도당 생산공정을 꾸리고 당 생산을 국내의 원료원천에 기초하여 해결하기 위한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는 북한 식료일용공업성 부상의 발언을 전하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국내의 원료에 기초한 설탕생산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현재 설탕은 일반적으로 열대지방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사탕수수로부터 추출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은 설탕의 원료를 전량 열대지방에서 수입하고 있다.

설탕을 국내원료에 기초하여 생산할 경우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은 감자전분을 이용하는 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올리고당이 전분을 이용한 설탕의 일종이다.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분자규모가 커서 체내에 흡수되어 혈당이 되기까지 시간이 길어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FAO의 분석에 따를 때 북한은 150만 톤 가량의 감자를 생산하므로 감자전분을 활용하여 국수, 설탕, 술 등 각종 식료품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에서도 첨단을 강조

조선신보의 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전국의 모든 협동농장들에 이르기까지 콤퓨터망을 형성하고 앞선 영농기술과 영농방법을 제때에 생산현장에 일반화하며 과학농사의 수준을 한계단 더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전국 협동농장에 컴퓨터망을 형성한다는 것은 시골농장마다 인트라넷 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컴퓨터망의 역할은 앞선 영농기술과 영농방법을 제때에 일반화한다는 것이므로 영농기술을 DVD에 담아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전산망 체제 아래서 다운로드와 업로드로 자료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전국 단위의 인트라넷 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의 시골농촌 마을마다에 컴퓨터망을 구성하려면 유선통신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난 과거의 모뎀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기성의 전화선에 연결하는 모뎀은 자료전송 속도가 매우 떨어져 영농기술과 방법을 주고받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이 전국 차원에서 인터넷망과 같은 인트라넷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농업에 주목하자

북한이 올해 주공전선으로 규정한 경공업도 사실상 식료가공공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북한의 농업성과가 그들의 경제강국 진입 주장 여부의 주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식량현황을 직시하자. 북한은 2008년도에 160만 마리의 돼지를 잡았고 63만 톤의 사과를 생산하였다. 북한은 23억 개의 계란을 생산, 모든 주민들이 1주일에 2알 비율로 달걀을 먹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양은 주민생활을 윤택하게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나 북한농업의 현실이 무너지는 과정이 아니라 기반을 갖추고 생산을 늘려가는 상황이란 것은 확연히 알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식료가공공업도 지금껏 그냥 배분하던 옥수수와 감자가루를 이제는 가공해서 배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침에 삶은 감자를 먹고 저녁에는 옥수수밥을 먹던 것이 과거의 북한 식생활이었다면 이제는 감자칼국수와 옥수수빵, 올리고당이 들어있는 과자와 빙과류를 먹게 하겠다는 것이 북한당국의 주장이다. 돼지고기도 160만 마리의 돼지를 그냥 삶아 먹는 것에서부터 햄도 만들고 소시지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식료가공공업의 목표라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본다면 감자와 옥수수로 과자도 만들고 빵도 만들며 냉동만두, 게맛살, 동그랑땡, 소시지, 어묵 등 있는 대로 죄다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것이 북한이 강조하는 “이밥에 고깃국”의 21세기형이 아닐까 한다.

농업이 바로 서야 경공업의 주요 축인 식료가공공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11년의 북한농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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