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방문 중 동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남북 간 경제력 격차를 강조하며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국민은 굶고 있는데 핵무기 무장하고 매년 호의호식하는 당의 간부들을 보면서 이 지구상에 같은 언어, 같은 민족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서... 하루 빨리 평화적 통일해서 2,300만 주민들도 최소한의 기본권을 가지고 행복권을 갖고 살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한 토론회 축사에서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2만 명을 넘어섰다”며, “이제 통일준비는 국가의 당면과제”이고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 인식은 최근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전문을 보면 잘 나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 인식이 북한 붕괴론에 입각해 있다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닙니다. 통일론 역시 남측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에 기반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흡수통일에 젖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차 강조했지만 이 같은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에 입각한 대북관과 통일론으로는 결코 온전한 통일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이 대통령의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말레이시아 발언에는 통일에 대한 그 어떠한 근거도 방법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냥 남쪽은 잘 살고 북쪽은 못 산다는 뻔한 내용만 있을 뿐입니다.

최근 연평도 포격전 이후 한반도에는 남북 화해는커녕 대결의 그림자가 너울거리고 있습니다. 가까이 오고 있는 건 통일이 아니라 전쟁입니다. 게다가 이제까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아무런 여건도 만들어 놓지 않은 채 갑자기 ‘평화적 통일’ 운운하는 것 역시 영 실없어 보입니다. 고위 당국자들도 그렇지만 대통령이라면 어느 학자의 지적대로 ‘검증가능한’ 말을 해야지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해서야 쓰겠습니까? 연평도 포격전에서 당했다는 생각에서 나온 북한에 대한 화풀이로만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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