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열릴 G20 정상회의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정부는 국격(國格)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행사라 합니다. 세계 주요 20개 나라 지도자들이 오니 그럴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선진국 진입이니 하는 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듯싶습니다. 오히려 와 닿는 건 정부의 강압적인 행사치레입니다. 그간 우리는 올림픽·월드컵·박람회 그리고 숱한 세계정상회의 등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이번만큼 요란스럽고 호들갑을 떤 적도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TV와 신문 등 언론 매체는 기사와 광고에서 G20으로 도배질이 되어 있습니다. 아침 도심 거리에서 동원된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이 캠페인을 하지만 의욕적이지 않습니다. 경찰은 최고 수준의 경계령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서울 거리와 지하철, 시장과 골목 등에서 마치 계엄군처럼 번득이는 눈초리로 시민들을 검문검색하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군부독재 시기에나 벌어졌던 구태가 버젓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행사도 국민과 함께 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행사, 국민을 들러리로 만드는 행사,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사가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정상회의가 열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 도로에는 철제 방호벽이 설치됐고, 회의장으로 통하는 모든 입구에는 첨단 검색기가 동원됐습니다. 마치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때 광화문 네거리에서의 ‘명박산성’을 보는 듯합니다. 보도를 보면, 코엑스에 소포를 보내려면 검색만 네 번 겪어야 하고, 또 이 근처에서 우체국 가는 데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외국 시민운동가들의 입국이 불허되고, 노숙인들이나 불법체류자 등에 대한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한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깥에 내놓지 말라고 하고 분뇨처리도 12일까지 중단한다고 합니다.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사법·행정 등 주요 정부부처가 해당기간 예정된 주요 업무를 대부분 ‘올 스톱’했다고 합니다.

물론 치안도 중요하고 손님접대도 잘 해야겠지요. 그러나 누구를 위한 잔치이고, 무엇을 위한 국격인가요. 이럴 바엔 성(城)에서 하거나 섬(島)에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10일자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여론조사 발표가 흥미를 끕니다.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G20 정상회의가 국내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G20의 뜻과 의제, 우리나라의 역할 등 이번 정상회의의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G20 정상회의 준비에 대해 57.3%가 ‘불편할 정도로 준비가 너무 과한 듯하다’고 응답했습니다. G20 정상회의가 ‘그들만의 잔치’, ‘20명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커졌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