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제 관계에 대한 북한의 시각

겉보기로는 미국과 북한 관계가 호전되는 것 같지만 사석에서 만난 북한 관리들은 여전히 미국을 "현대 세계에서 유일한 진짜 `부랑국`"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유엔과 국제법, 다른 나라들의 견해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유일한 국가"이며 "다른 나라에 자국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리고 세계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중심적인 목적 달성만을 위해 항상 폭력에 의존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다음과 같이 믿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지도부`는 `지구상의 광범위한 영역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방해하는 중심 세력을 러시아로 보고, 러시아의 이런 의지를 깨버리고 그 잠재력을 파괴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노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팽창과 국가 미사일 방위 체제 구축 기도로 나타났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위한 어설픈 핑계가 되고 있지만, 사실 이 방어 체제는 러시아의 미사일 전력을 불구로 만들게 될 시스템`이다.

북한이 예측하기로는, 오래지 않아 러시아와 미국이 `사납고 격렬한 싸움`을 벌일 것이며, 그런 상황이 전개되면 `북한이 방어와 군사 원조를 포함해 모스크바와 우호적인 관계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리라`는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또 중국에 대해, `베이징과 워싱턴이 심각하게 맞붙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상호 협력 관계가 더 우세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미국 및 그 동맹들과의 경제적 유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득이 되는 이런 관계를 희생시키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북한 외교관들의 주장이다. 베이징은 `미국과 계속해서 거래를 할 것이며, 러시아 카드를 활용해 미국을 골탕먹이기는 하겠지만, 결국 중국에게는 서구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2. 북한과 미국의 관계

북한 외교관들은 북미 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워싱턴은 `어떤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평화 공존의 원칙 위에서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주의 북한의 괴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워싱턴은가장 적은 대가를 치뤄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1990년대 초 미국은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기도했지만, 북한 핵 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미 지도층이 냉정을 되찾았다.` 워싱턴은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나중에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두려워하게 되었으며, 본격적으로 북한의 목을 조르기 전에 이 방해물을 없애기로 결심했다`라고 주장한다.

신포의 원자로 건설을 지원해주고 북한과 무역 관계를 맺기로 한 미국의 약속은 `텅빈 눈속임`이었다는 것이 북한 대표들의 시각이다. 한 외교관은 `미국 관리들이 한 말은 단 1퍼센트도 믿지 못하겠다`고 결론을 맺는다. 평양이 우려하는 것은 워싱턴이 `남북 화해를 가로막기 위해 남한 당국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북한 관리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김대중 대통령이 촉진시키고 있는 평화 공존의 정책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 대신 북한을 고립시켜 약화시킨 후 끝내는 한국 땅에서 사회주의를 소멸시키는 전략을 선호한다.`

3. 북한과 러시아간 협력을 위한 전망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북한의 대 러시아 전략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으며, 평양은 다음의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러시아가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 미국의 잠재적 군사 위협에 실질적인 방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2. 워싱턴과의 핵 및 미사일 문제 협상에서 러시아가 분명하게 지원을 해준다.

3.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증대에 맞서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미국이 북한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미국에 인식시킨다.

4. 신형 정밀 무기는 물론 기존 무기와 하드웨어의 예비 부품을 포함, 러시아로부터 새로운 군사 원조를 받는다.

5.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소련이 건설한 공업 시설의 현대화에 러시아가 참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6. (새로운 송유관 건설 및 기존 공급망의 복원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와 개스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공급을 확고히 한다.

7. 베이징으로부터 추가 원조와 정치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중국의 (러시아와의: 역주) 경쟁심을 부추긴다.

8. 과거 소연방이었던 나라들로 하여금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도록 한다.

입수된 자료들을 분석해 볼 때 다음과 같은 확고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즉, 북한은 대 러시아 관계에서 위에 언급한 목적들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우선 순위라는 것이다. (키손200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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