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탄 전철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만큼 조급하고 지루한 것도 없습니다. 출근 시간은 바쁜 데 전차는 하세월이니 말입니다. 요즘 남북관계가 딱 그렇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데 그 속도와 방향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가다 이내 멈추거나 지어 후진하는 것 같기도 하니 말입니다.

최근 남북이 인도주의 분야에서 자주 만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북측의 몇 가지 제의와 요청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9월 초부터 북측은 긴급 수해 지원 요청, 억류 중인 남측 대승호 선원 송환,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을 잇달아 취했습니다. 이는 곧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어서 북측이 인도주의적 견지의 연장에서 남측에 쌀 50만톤과 비료 30만톤을 요청하고 또 남북관계 개선의 일환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남측의 반응이 영 마뜩치 않습니다.

동시에 북측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활성화를 거세게 요구해 왔습니다. 이달에만도 북측은 <노동신문>에서 ‘북남대화의 활성화는 겨레의 지향, 시대의 요구’(5일) 그리고 <우리 민족끼리>에서 ‘북남관계 개선은 자주적 평화통일 실현의 지름길’(5일), ‘북남관계 개선은 민족의 요구’(4일),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3일) 등의 기사를 통해 각각 남북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그 절실함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같은 북측의 줄기찬 대남 유화공세는 마치 북한판 햇볕정책을 연상시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겠지요. 이 정도의 대남 구애(求愛)라면 남측이 움직일 만도 한데 목석처럼 묵묵부답입니다. 조만간에 남측이 마음의 문을 열어 움직였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남북관계 개선이 KTX만큼의 속도는 아니라도 일단 완행열차만의 속도라도 내기를 기대합니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속도감은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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