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46명의 장병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 사건. 정부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을 구성해 지난 9월 13일 최종보고서를 발간하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합조단은 최종보고서를 통해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되어 침몰되었”다며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약 250kg 규모의 CHT-02D 어뢰로 확인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발생초기부터 정부의 말바꾸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불신을 자초했고,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의 결론 역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제제기에 직면해있다. 어뢰 수중폭발로 인한 버블제트 효과라는 것도, 북한산 CHT-02D 어뢰라는 것도, 고성능폭약 250kg이라는 것도 모두 추정에 불과하고 어느 것 하나 명쾌하지 않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의 진상 규명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깜짝놀랄 새로운 사실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 상황 배제한 합조단 조사 결과

▲ 『합동조사보고서 천안함 피격사건』 30쪽 그림. [자료사진 - 통일뉴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3월 26일은 ‘2010 독수리(FE) 연습’ 기간으로 ‘서해상 한·미 해군연합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이 훈련은 3월 2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천안함 사태로 3월 26일부로 조기 종료됐다. 사건 당일인 3월 26일 역시 천안함 사고 직전인 오후 9시까지 ‘해상 대특작부대작전 훈련’이 실시돼 천안함 사건은 사실상 한미 해군연합훈련 도중 일어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인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천안함 피격사건』에는 이같은 사실을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합조단은 최종보고서에 ‘북한 소형 잠수함정 침투경로 추정’이라는 도표를 실었는데, 북측 예상침투 기지에서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이 NLL(서해 북방한계선) 서쪽으로 우회하여 백령도 앞바다에 침투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미 해군연합훈련, 그것도 ‘대잠전 훈련’ 등이 한창인 서해상에서 북한의 잠수정이 백령도까지 내려와 천안함을 폭파시켰다는데도 어떻게 이같은 일이 가능한지 전반적인 정황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합조단은 한미 연합훈련은 백령도에서 100km 떨어진 격렬비열도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다며 아예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잠수함을 방어하는 주임무를 지닌 한미 양국의 구축함은 물론 각종 함정과 전투기, 헬기까지 대규모로 동원된 한미 해군연합훈련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인 셈이다.

북한 잠수함 동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통일뉴스 천안함 특별취재팀이 단독보도한 ‘00 00000 북한 서해 잠수함 동향’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영상질 불량’으로 북한 잠수함 동향이 전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통상 북한 잠수함 동향은 미국의 정보위성이 관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독 사건 당일 날씨가 크게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질 불량’이라는 판독 결과에 의혹이 제기됐었다.

10월 4일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는 달리 “천안함 사고 당일 아침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과 예비모선이 작전에 나섰음이 전파됐고 사고발생 직전에는 북한 해안포가 일제히 전개돼 북한이 급박하게 움직였음에도 정작 합동참모본부나 제2함대사령부에서는 전투태세나 경계태세 발령 등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사건 당일 북한 잠수정 상황이 파악됐고, 전파됐다고 폭로해 관심을 끌었다.

합조단 최종보고서에는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정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서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하였다가 천안함 공격 2~3일 후에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적시하는데 그쳤다.

천안함 사고 직후 속초함이 포격을 가한 대상이 ‘새 떼’였는지 북한의 잠수정이었는지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밝혀지지 않았고, 합조단 최종보고서에는 아예 속초함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의도적 초점 흐리기로 읽히는 대목이다.

서해상에서 한미 해군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기간에 어떻게 북한 잠수정이 백령도 연안에 침투해 천안함을 격침시켰는지, 천안함 침몰후 속초함은 무엇에 포격을 퍼부었는지 이 사건의 밑그림에 해당되는 부분은 정부의 침묵 속에 아직 묻혀있다.

10월 22일 43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행동’은 “한미당국은 천안함이 사고 당시 어떤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는지를 공개하여 한미연합훈련과의 연관성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안함 사고, ‘언제․어디서․어떻게’ 모두 의혹

▲ 인양한 천안함에 대해 군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합조단의 조사결론에 따르면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경, 백령도 서남방 2.5km(37° 55' 45"N - 124° 36' 02"E) 위치(수심 47m)에서 북한 어뢰의 비접촉 폭발로 인해 천안함은 침몰했다.

그러나 정부와 군이 사고 시간과 사고 지점, 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꿔 불신을 자초한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건 진상의 가장 기초가 되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조차 자신있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통일뉴스가 단독 보도한 해군 작전사령부(해작사)의 ‘상황보고’에는 “21:15분경 백령도 서방 1.2NM에서 천안함이 원인미상(폭발음 청취)으로 침수되어 조치 중인 상황”이라고 나와 있다. 1.2해리(NM)는 약 2.2km에 해당한다. 한겨레가 입수한 러시아 보고서는 “한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폭발시간(21시 21분 58초)은 보유 자료들에 비춰 본 실제의 예상 폭발시간이나 사건 당일에 함선 안의 전류가 끊어져 마지막으로 찍힌 동영상의 촬영시간(21시 17분 3초)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천안함에 탑승해 있던 승조원이 탑승 승조원들이 부상당했다고 해안 통신병에게 핸드폰으로 알린 시간이 21시 12분 03초로서, 이 첫 통화시간 기록은 한국 측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 시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합조단이 발표한 사고 지점 역시 ‘언론 3단체 천안함 검증위’가 지적했듯이 폭발원점이 폭발 이후의 상황보다 남동 쪽에 위치해 남동해류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 등 모순 덩어리다. 더구나 백령도 초병의 ‘백색 섬광’ 목격 지점은 서북 방향으로 합조단이 발표한 사고 위치인 서남 방향과는 전혀 무관하다. 특히 초병 진술서에 백색 섬광을 목격한 지점이 000초소 기준 방위각 280°라고 명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조단 보고서에는 270°로 발표됐고, 문제를 제기하자 합조단 관계자는 “단순한 오타였다”고 간단히 뒤집었다. 도대체 어디서 사건이 발생했고 쪼개진 함수와 함미는 어디로 흘러갔는지 TOD(야간열영상감시장비) 동영상과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항적기록 등이 전면 공개되지 않고서는 믿을래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통일뉴스가 단독보도한 초병의 자필진술서 일부. "물기둥은 보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명확히 써놓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또한 합조단은 천암함은 좌초하거나 직접 폭발은 없었고 비접촉성 수중폭발로 파괴, 침몰됐다고 결론짓고 있지만, 좌초 증거가 있다는 주장과 폭발 자체는 없었다는 주장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간 조사위원은 천안함의 긁힌자국 등을 근거로 좌초 후 침몰설을 제기하고 있으며, 합조단이 좌초가 아니라고 제시한 여러 증거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수중폭발로 인한 버블제트 효과가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합조단의 발표도 북한이 첨단무기인 ‘버블 제트 어뢰’를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채 제시되고 있으며,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대표는 천안함 내부의 형광등이 멀쩡하고 사망자와 생존자들의 부상상태 등을 고려하면 폭발 자체가 없었다는 추론이 훨씬 더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합조단 보고서는 어뢰 폭발로 인한 버블제트에 의한 물기둥 발생의 근거로 백령도 초병의 “2~3초 동안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불빛을 관측했다는 진술”을 들었지만 통일뉴스가 단독보도한 초병 자필진술서에는 “물기둥 등 다른 것을 보았냐고 묻는 사람은 있었지만 물기둥 등 다른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했다”고 명백히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합조단이 발표한 천안함 사고발생 시간, 지점, 원인 등 진상의 A,B,C가 모두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결정적 증거물’이 ‘결정적 의혹’ 키워

▲ 5월 20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 당시 '결정적 증거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설계도면은 거짓으로 드러나는 등 '결정적 의혹'을 키웠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숱한 의혹 중에서도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물’이라 이름붙인 ‘1번 어뢰’야말로 합조단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증거물’이 되고 말았다.

천안함 사고 지점 인근에서 쌍끌이 어선 그물망으로 걷어올렸다는 이 어뢰 잔해물은 ‘1번’이라는 글씨가 쓰여있고, 흡착물 성분이 천안함 흡착물 성분과 동일하며 북한의 수출용 어뢰 설계도면과 일치하기 때문에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산 어뢰라고 단정됐다.

그러나 합조단 최종보고서조차 1번 글씨를 쓴 잉크 성분이 “대부분 국가에서 유사한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국 식별은 제한되었다”고 고백해 북한산임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폭발시 고열에도 말짱하게 글씨가 남아있는데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서재정, 이승헌, 양판석 등 외국대학 교수들에 의해 ‘결정적 증거물’이라는 어뢰 추진체에서 채취한 흡착물 성분이 천안함 잔해에서 채취한 흡착물 성분과 다르다는 과학적 주장이 제기됐고, 합조단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어뢰추진동력장치에서 폭약성분이 검출됐느냐, 여러 번 시도를 해 봤는데, 거기에 없었을 수도 있고, 검출능력의 한계일 수도 있고, 그래서 검출은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언론 3단체 천안함 검증위’는 10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흡착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 “흡착물질은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로, 상온 또는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이므로 폭발과 무관하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결정적 증거물’이라는 어뢰 잔해물의 부식상태에 대해 ‘부식가속화시험법’이라는 과학적 측정을 실시하지 않고 “만화에 다 수록을 했는데, 육안으로 한번 보시면 아마 누구나 다 구분될 것이다. 그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되겠다”고 만화같은 답만 내놓았다.

이종인 대표는 알루미늄판 등 3종의 금속을 어뢰 잔해가 해저에 있었다는 기간과 같은 50일간 바닷물 속에 넣어 부식상태를 확인했으며, 그 결과 어뢰 잔해물의 부식상태는 최소한 몇 년이상 바닷물 속에 잠겨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보고서 역시 “제시된 어뢰의 파편을 육안으로 분석해 볼 때, 파편이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정했다.

또한 정부가 5월 20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시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시한 북한 어뢰 설계도면은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이 아니었던 것으로 추후 밝혀졌으며, CHT-02D 설계도면 역시 5월 20일 중간 발표시에는 ‘북한산 무기 소개책자’에 담겨있다고 했지만 최종보고서에는 ‘CD에서 출력’했다고 말을 바꿨으며,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합조단이 북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의 ‘결정적 증거물’이라고 내놓은 ‘1번 어뢰’는 ‘결정적 의혹’을 키우고 있으며, 북한 어뢰공격설의 과학적 토대가 무너진 상태이다.

천안함 사건 파장에 몸살앓는 한반도

▲ 외교.국방.통일부 장관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물어 이른바 '5.24조치'로 알려진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남북간 교류를 중단한 이른바 ‘5.24조치’를 취한데 이어 유엔안보리에 상정시켜 의장성명을 채택했지만 북한의 소행임을 명기하는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합동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해 결국 중국의 명시적 항의를 받고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검열단 파견’ 형식의 남북 공동조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결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 제재 흐름에 동참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북중과 한미 간의 신냉전 기류가 강화되는 분위기를 틈타 골치아픈 주일 미군기지인 후마 기지 이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6자회담 재개 등 한반도 평화의 과정이 본격화 되기 위해서는 천안함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6자회담과 천안함 문제를 별도로 병행 해결해나가는 방식등 현명한 대응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남북공동조사가 됐건 국정감사가 됐건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제기된 숱한 의혹들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재조사와 토론에 나서야 하며, 특히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기초 자료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언론3단체 검증위와 천안함 공동행동은 정보공개와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분단구조가 엄존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사안은 곧바로 군사적 위기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특히 집권세력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어마어마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음을 천안함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상식’과 ‘과학’에 입각해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야말로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 단계 과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최근 발생했고, 관련 당사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결코 영구미제로 남을 수 없는 사건이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때 비로소 상식이 통하고 분단이 해소될 수 있는 사회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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