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 60주년에 즈음해 북한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23-26일 일정으로 고위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방북 중인 궈보슝(郭伯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행보와 발언이 거침없습니다. 그 정점이 25일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참전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군중대회입니다. 이날 군중대회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함께 참석했습니다.

궈보슝 부주석은 군중대회 연설을 통해 “우리 사이의 친선은 중조 두 나라 인민과 군대가 피로써 맺은 것이고 오늘의 평화는 중조 두 나라 인민과 군대의 거대한 희생으로 얻은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이미 25일자 사설에서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선 참전 60돌’을 맞아 “피로써 맺어진 조중친선은 영원불멸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위대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시진핑 부주석은 최근 열린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돼 차기 국가주석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비슷한 직책을 갖고 있는 북중 두 나라의 차기 지도자들이 궈보슝 부주석을 사이에 두고 각각 평양과 베이징에서 군사적 교감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남측 당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북중 양국이 상호관계의 강고함을 저렇게 힘 있게 시위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부터 노골적으로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일지도 모릅니다. 저 정도의 열기라면 북중관계가 한미관계보다 더 강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중장기적으로 봐서 남과 북이 이처럼 각각 미국과 중국 쪽에 가까워질수록 그리 좋을 건 없습니다. 외세와의 협력보다는 남북공조가 더 바람직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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