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로 촉발된 통일방안 및 통일재원 연구가 본격적으로 착수된다. 통일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이 사업에 38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하기로 의결했다.

통일부는 이 사업을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사업'으로 명명했다. 통일부는 "통일을 준비하고 달성하기 위하여 남북 간의 공동체를 디자인 하는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정책연구와 공론화 사업을 양대 축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정책연구는 △기본 전략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 △통일세를 포함한 통일재원 등 5개 프로젝트로 구분돼 각각 컨소시엄 형태의 책임수행기관이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용역비로 15억 7천만 원이 배정됐다.

이 당국자는 "통일을 이뤄가는 상황과 시기에 대한 공동체 형성 전략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통일 전의 공동체 형성 전략, 통일 후 국가 통합 과정에서의 재원, 투자비용 등을 산출해서 합리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북한 급변사태'는 공식적으로 상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통일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통일을 위해 해야 할 과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며 "급변사태는 빼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이끌어 나갈 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 역시 책임수행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된다. 이 당국자는 "지금까지 통일논의가 사실상 서울 중심으로 이뤄진 측면이 없지 않아, 전국적으로 각계 관심 있는 인사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에는 약 21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이 배정됐다. 통일부는 전국 시.도 등 100여개 곳에서 세미나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돼 통일논의에 반영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체 예산의 56%에 해당하는 21억 원을 공론화에 책정한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데, 자칫 공론화 과정이 통일 사안 홍보비용으로 전략할 수 있다"며 "이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한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업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도 논란이다. '민족공동체형성 남북 간 교류 협력 사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남북협력기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같은 이유로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을 정책연구용역비로 사용하지 못했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그 밖에 민족의 신뢰와 민족공동체 회복에 이바지하기 위한 남북 교류·협력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지원 및 남북 교류·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의 지원'이라고 규정한 남북협력기금 8조 6호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민족공동체 회복'이라는 단어를 포괄적으로 해석해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내년 예산에서 정부 연구용역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예산 소요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상황도 아닌데 협력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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