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부상한 3남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했다. 이는 하나의 ‘의도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로써 그동안 궁금했던 많은 게 밝혀졌다. 당초 9월 상순에 소집하기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가 왜 9월 28일로 연기됐는지, 그리고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 개최 하루 전인 27일에 전격적으로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받았고 또한 28일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는지, 아울러 이때 김정은의 사진과 영상이 북측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 공개됐는지, 나아가 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등에 동행하는 장면이 왜 속속 공개됐는지. 다름 아닌 김정은을 정치무대에 공식적으로 데뷔시키고 며칠간의 공개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이날 당 창건일에 등장시켜 후계자임을 전 세계에 공개적으로 공식화시키기 위해서였다.

김정은의 김일성광장 주석단 등장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등장함으로서 정통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북측 인민들과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김 국방위원장과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올라 권력 승계자로서 처음으로 군부대의 열병 신고를 받음으로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군을 통솔하는 강력한 이미지를 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축하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한 저우융캉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남으로서 국제 외교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게다가 이 모든 게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되었다. 북측은 AP통신, 로이터통신 그리고 CNN, BBC 등 세계 유력 언론사의 취재진을 초청했으며, 북측의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은 10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군부대 열병식을 생중계했다.

이처럼 9.27에서 10.10까지 불과 십여 일 사이에 벌어진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 과정은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천리마 속도’라고나 할까, 마치 속도전을 연상시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74년 첫 당직(중앙위원)을 맡고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으로 주석단에 등장해 공식 후계자로 등장할 때까지 6년이 걸렸지만, 김정은은 9월 27일 전격적으로 ‘인민군 대장’ 직함을 부여받은 지 13일 만에 후계자로서 당직 선임과 주석단 등장까지 매듭지었다. 김정은이 이처럼 속성으로 권력을 승계하는 이유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북한의 경제 사정 때문이거나 또는 외부에서의 ‘3대 세습’ 흔들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라는 평가가 있다. 북한이 후계자를 시급히 정립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김정은은 9-10일 이틀 사이에만도 ‘당 창건 65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참석-아리랑 공연 참관-금수산기념궁전 참배-당 창건 65돌 경축 열병식 주석단 등장’ 등을 거쳐 후계자로서의 형식 과정을 마쳤다.

분명한 건 이번 열병식 주석단 등장을 신호탄으로 향후 김정은 후계구축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정은이 단순히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나 공개활동에 동행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내 정치 전반과 대외적으로도 독자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남은 관심은 향후 김정은의 후계구도가 안착할 것인가의 여부다. 북한은 비교적 정치적 변동이 작고 또한 모든 정치적 사안을 자신의 스케줄과 시스템에 맞춰 진행하는 정교함과 치밀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일단 연착륙할 공산이 크다. 이날 당 창건 65주년에 외신들을 대거 초청해 생중계를 허락한 것에서도 그 자신감이 묻어난다. 외신들은 이날 대규모 열병과 파격적인 초청은 북한에 흔들림이 없고 지도자 승계가 순조롭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이 파격적인 정치 일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후계자로서 거침없이 급부상하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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