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에 온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대북 정책 기조와 관련,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북관계의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6자회담 재개의 선행요건도 남북관계의 진전이고 또한 북미대화의 선행요건도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한국이라는 동맹국인지 애물단지인지를 둔 미국의 딱한 사정을 보는 듯합니다.

6자회담과 북미대화의 선행요건이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면 이는 곧 남측의 문제로 됩니다. 그 이유는 북측의 경우 남측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최근만 해도 북측은 지난 9월 초에 억류 중인 남측 어선 ‘대승호’와 선원들을 송환한 데 이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계속해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남측입니다.

지금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은 되고 있는 것은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천안함 사건입니다.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야 하고 또 천안함 출구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측은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에서 모두 자승자박해 있는 모양입니다. 먼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있어서 남측은 2008년 민간인 피격사건과 관련 ‘진상규명’과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 등 3대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세 가지를 거의 충족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인 천안함 사건과 관련, 남측은 북측이 천안함을 침몰시켰기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북측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기에 사과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 대로 흘렀음에도 남과 북이 평행선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캠벨의 말처럼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해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면, 그 남북관계 진전의 열쇠는 남측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기에 이명박 정부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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