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차 노동당 대표자회가 28일 하루만의 행사를 마치고 폐막됐다. 짧은 하루에 긴 여행이랄까, 이번 당 대표자회는 단 하루만의 짧은 행사였지만 44년 만에 열린 데다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처음으로 열린 당 행사인지라 그 내용은 풍부했다. 몇 개의 주요 사안만 뽑아 봐도 김정일 총비서 재추대, 김정은 대장의 등장, 노동당 정비 그리고 당 규약 개정 등을 들 수가 있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화려한 등장이다.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 개최 하루 전인 27일에 전격적으로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받았고, 28일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됨으로서 최고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물론 당 중앙군사위의 위원장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선임됐다.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인민군을 관장하고 군사정책을 총괄한다고 볼 때, 김정은이 군 부문에서 ‘2인자’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군 장악을 통해 당 쪽으로 진출할 것을 예견케 한다. 김정은이 사실상 최고 권력의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외부 언론이 김정은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재추대를 하이라이트로 삼고자 했던 것 같다. 이는 당 대표자회가 진행 중이던 28일 오후 1시35분께 조선중앙TV와 중앙방송, 평양방송이 일제히 “오후 2시부터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중대방송이 있겠다”고 예고한 데서도 가늠된다.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 총비서로 재추대된 데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그리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추대돼 최고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계속 수행하게 됐다. 당연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노동당을 재정비했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등을 선출한 후, 이들이 별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2010년 9월전원회의’를 개최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당 중앙위원회 부장 등의 당 핵심요직을 선출했다. 그동안 노동당은 “우리 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당 조직의 곳곳에서 인적 구성이 비어있는 게 많았다. 그런데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조직을 복구하고 인원을 충원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제2의 노동당 시대를 열 기세다.

이외에도 특징적인 게 당 규약 개정이다. 당 규약에서 당면 목적이 현실에 맞게 수정되고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 문구가 빠진 것이다. 즉 당면 목적이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수정됐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 건설’에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꿔졌다. 이는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개정된 북한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로써 북한은 ‘파악이 안 되는’ 공산주의를 삭제하고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현실적 노선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계의 공고화 △북한 사회주의의 특색인 수령론에 입각한 후계자의 공식화 △혁명과 건설의 참모부인 노동당의 재정비 △공산주의 삭제와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명시화라는 당 규약 개정 등을 이뤘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김정은의 부상이 유난히 크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부에서처럼 ‘김정은 시대’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 건재한데다 김정은은 이제 막 정치무대에 데뷔한 신인일 뿐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에게 눈길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북한의 미래와 통일의 향방이 장차 김정은에게 달려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