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9일 오전 세종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김정은이 당과 내치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새로운 시대가 공식 개막되었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북한 김정은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선출 의미에 대해 김정은이 주로 당과 내치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교를 분담 관장하는 새로운 전환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9일 오전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린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김정은을 새롭게 신설한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은 후계자, 제2인자에 상응하는 지위를 수여한 것"이라며 "이번 당 대표자회의를 계기로 북한에서 김정은은 당과 내치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김정일은 주로 북핵 문제와 북중, 북미 관계 등 외교와 대남정책을 관장하는 새로운 시대가 공식 개막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을 김정일의 선군정치 계승자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며 "(김정은이) 군대에서 2인자직을 물려받았다. 일단 군 장악부터 확실히 매듭짓고 당 장악은 천천히 하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6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선출한 배경도 "김정은에게 한꺼번에 당과 군대,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을 맡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김정일 이후'를 대비한 역할 분담"이라는 맥락이다.

그는 "김정은과 장성택의 이같은 역할분담체제는 김정은의 국정 장악력이 높아지면 그(김정은)가 국가기구까지 직접 지도하는 '유일적 지도체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김정일 유고시에도 김정은에게 확고한 권력을 주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이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에 선출되지 못했으니까 권력이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가운데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있는데, 김정은의 위치는 이보다 위에 있다. 실질적으로 김정은이 당 중앙위 이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 대중관계보다 대미 관계에 치중"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향후 김 위원장의 역할을 파악하는 데 있어 이번 당 대표자회의에서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된 강석주 내각 부총리를 주목했다.

그는 "북한 대미외교 1인자인 강석주를 내각 부총리와 정치국 위원에 임명한 것은 앞으로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대미 관계 문제에 치중하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강석주를 내각 부총리에 임명하면 미국 힐러리 장관을 만날 때도 격이 맞고, 특사 파견에도 격이 맞는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 내각 부총리, 정치국 위원에 임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대중관계의 책임을 맡고 있는 김영일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김영일 위상이 강석주보다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대중 관계 책임자보다 대미 관계 책임자를 정치국 위원에 선출한 것은 앞으로 대중 관계보다 대미 관계에 치중하겠다는 김정일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 폐지, 당 중앙위 군사위와 일체화할 가능성"

정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김정은이 당과 국가, 군대를 용이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당 중앙위의 조직체계가 보완되고 엘리트들이 충원될 것이고, 김정은은 주로 당과 군대를 담당하고 김정일은 외치를 담당하는 역할분담체계가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머지않아, 2012년 즈음 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 받거나 군 최고사령관직이 이양되지 않겠나"고 관측했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 김정은은 과거 김정일이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정무원, 주석제를 폐지한 것처럼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우고, 당 중앙위 군사위를 재편하면서 두 조직을 일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리고 점진적으로 대외관계의 전면에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단기간 내에 김정일로부터 권력의 상당 부분을 넘겨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정 전반을 관장하기 어려운 김정일의 불안정한 건강상태와 김정일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후계자론이라는 후계자의 지도체계 구축 매뉴얼의 존재, 북한의 봉건적인 정치문화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특출한 정치력과 권력 장악력에도 기인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적인 선입견, 한두 가지의 기준, 나이와 경험만을 가지고 김정은이 권력 승계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성급한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과거 김정일 때도 그랬다"며 "북한의 후계문제를 바라보는데 '남한 중심주의'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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