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상순’에 소집하기로 한 북한 노동당대표자회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온갖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개의 전문가들은 당대표자회 연기가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둘러싼 내부갈등이나 ‘큰물피해’로 인한 축제 분위기 무산,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어 일부에서는 “비공개로 당대표자회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억측도 부립니다. 아무튼 44년 만에 소집된 당대표자회가 연기됐으니 호사가들에게는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잘 나가던 ‘김정은 후계’설에도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카터 전 미국대통령에 따르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카터와의 만남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서방세계의 잘못된 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일본의 전 고위 관료가 한 기고문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당 경공업부장)의 ‘후계자 노림설’을 제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상황에서 마주치는 혼란은 ‘사실’(팩트)은 없고 ‘소문’(루머)만 난무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세간에 이목을 끌고 있는 북한의 후계 문제와 당대표자회 연기에서 팩트만 추려 봅시다. 북측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김정은 후계’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김 위원장도 ‘서방세계의 잘못된 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당대표자회가 연기된 것만이 팩트입니다. 당대표자회에서 무엇이 결정될지, 연기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북측에서 ‘김정은 후계’설에 대해 부정이 나왔고, 또한 당대표자회도 연기가 됐다면 남측의 전문가들은 이쯤에서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맞추려고만 하지 말고 기왕에 내뱉은 숱한 추측들이 틀릴 수도 있음을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북측이 미국이나 남측에 대해 평화협정회담과 관계 개선 등을 표명하는 것은 일관된 ‘사실’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미가 북측의 ‘불확실한’ 후계 문제보다는 이러한 ‘분명하고 강력한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