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변화의 조짐은 북쪽에서부터 왔습니다. 북측은 지난 4일 긴급 수해 지원 제안, 7일 억류 중인 남측 선원 송환, 그리고 10일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을 일주일 사이에 연달아 취한 것입니다. 모두가 ‘동포애적 견지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나온 사안입니다. 남측도 이에 호응해 일정 대북 지원을 하고 또 오는 17일 개성에서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습니다. 모두가 바람직한 일입니다.

남북관계만이 아닙니다. 한반도 정세에서도 변화가 기대됩니다. 마침 지난달 우다웨이 중국 특별대표의 방한에 이어 13일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에 왔습니다. 한반도 정세 및 6자회담과 관련해 그들은 가장 비중 있는 인물입니다. 그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점치게 합니다. 외교부를 방문한 보즈워스가 “우리는 양자 접촉들과 다자 접촉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모처럼 움직인 그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발언에서도 나오듯, 지금 6자회담 재개는 이른바 ‘북미대화 -> 6자 예비회담 -> 6자 본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방안’이 유력합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선(先) 남북관계 진전-후(後) 6자회담 재개’ 등식이 성립됩니다. 그 이유는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어떤 진전(6자회담 재개)을 위해 남북한 간 모종의 화해 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단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진전에서도 핵심은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북측의 잇따른 인도주의적 제의, 남측의 일정 부분 수용,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그리고 보즈워스의 방한과 발언들. 게다가 지난 8월 중순 남북 고위 관계자가 개성에서 비밀 접촉을 가졌다는 일본 <아사히 신문>의 12일 서울발 보도. 이 정도라면 한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의 제비가 날아왔다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요? 속단은 금물이지만 이러한 몇 가지 사안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아주 좋은 징조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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