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나포된 지 한 달여 만에 55대승호 선원을 송환하겠다고 6일 밝혔다. 대승호 송환이 이른바 '천안함 국면'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대승호 송환이라는 단일 사건만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남측이 긴급 수해지원을 제안해 놓은 점, 북.중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 위에 놓여 있는 포석이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수해지원 관련 적십자 접촉 -> '남북 간 인도주의 채널 복구'

먼저 정부가 지난 달 26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제안한 100억 원 규모의 긴급수해구호 지원이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10일 넘게 이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고 있지만, 대승호 선원 송환과 긴급수해구호가 모두 인도주의라는 같은 영역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대승호 송환 결정을 보도하면서 "남조선 적십자사"와 "인도주의적 견지"등을 언급하고 있어, 긴급수해지원을 수용하기 위한 명분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승호 송환이 대북수해지원으로 이어지면, 수해지원 규모와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 간 적십자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5.24조치 이후 단절된 남북 간 인도주의 채널의 복구를 의미한다. 준정부적 성격의 적십자 회담은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북.중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추동하고 있는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지난 3일 미국측 주요당국자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측은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미국이 북한과 만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접촉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미측이 우회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권유했다는 전언이다.

중국도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진정성 확인할 사건이 한 두건 더 있어야"

수해 지원을 통한 적십자 접촉 재개 가능성까지는 열려있지만, 이 국면이 당국 간 대화로 발전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과 적십자를 통한 긴급 수해구호지원까지 상정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수해지역 쌀지원 승인을 고려하겠다는 것도 변화된 내외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과거 대규모 쌀 지원이 당국 간 대화와 연계되어 있던 점을 고려해볼 때, 당국 간 대화까지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 보인 유연한 태도는 주변 환경 변화에 맞춰 가고 있는 수준이며, 여전히 천안함이나 북핵문제에 대해 북한이 먼저 변화된 입장을 취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평이다.

북측은 북.중동맹 강화를 '강성대국'의 전략적인 틀로 삼고 있지만,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입장은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가더라도, 남측이 남북관계를 순차적으로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정세 변화를 위해 정상회담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개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대승호 송환을 계기로 남북이 서로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대승호 송환이 현 국면을 풀어나가는 단초가 될 수는 있다"면서 "아직까지 남북 간 서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이 한 두건 정도 더 만들어지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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