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열린 23일 국민들의 눈과 귀가 국회로 쏠렸는데요, 특히 북한에 대한 쌀지원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명박계 실세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는 “침수도 있고 추석도 가까워 온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쌀 지원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향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근혜계 유정복 농림수산부 장관 후보는 “국내 쌀 재고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인도주의와 남북간 화해.협력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한나라당은 계파를 떠나 대북 쌀지원 검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전날(22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당.정.청 9인회동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대북 쌀지원은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쌀 재고량도 줄일 수 있어 농민들에게 좋은 안”이라고 대북 쌀지원을 찬성했습니다. 심지어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선진한국당의 이회창 총재까지 2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 주민이 입을 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남한의 재고량이 넘치는 쌀 지원 방안을 정부는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북측지역 수해와 남측의 쌀재고 증대 등으로 모처럼 보수정당들에서도 대북 쌀지원에 긍정적 기류가 형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공식 대북창구인 통일부는 달랐습니다. 23일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정부는 대북 쌀 지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며 “대북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24일 다른 통일부 당국자도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정치권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상생.협력의 남북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가 한나라당이나 심지어 선진한국당보다 뒤쳐진 대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밖에 달리 볼 수가 없습니다. 국제적십자사(IFRC)가 ‘긴급 상황보고’를 통해 압록강 범람으로 신의주 지역 등에서 북한 주민 14명이 사망하고 6만 4천명이 대피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24일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북한이 밝힌 피해상황은 2006년, 2007년에 비해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짐짓 딴전을 피웠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통일부를 해체하겠다고 할 때 그렇게 내버려 둘 걸 괜히 살려내 오늘 같은 꼴을 보게됐다는 푸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끝은 과연 뭐가 될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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