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은 반드시 온다”고 한 후 통일을 대비해 ‘통일세’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준전시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현실인식이나 대처방안 없이 막연히 ‘통일이 온다’고 말한 것도 무성의하지만 뜬금없이 ‘통일세’ 도입 논의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황망합니다.

우리는 ‘통일세’ 운운하는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자는 일종의 경제우월주의나 황금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이번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만 해도 그렇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정책의 핵심은 북측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을 하면 국제사회가 지원하여 10년 내 북한경제를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입니다.

‘비핵·개방·3000’ 정책이 갖는 부당성은, 첫째 북측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남측만의 일방주의적 정책이라는 점, 둘째 지난 시기 부시 미국 행정부조차 주장했다가 철회한 ‘선핵폐기’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대편을 배려하지 않고 또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는 점 외에도 결정적인 문제는 ‘3000 달러’라는, 즉 대북정책에서 ‘천박하게’ 돈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남과 북이 통일하자면 물론 비용이 들겠지요. 그런데 돈이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게다가 민족적인 8.15경축사에서는 ‘통일세’보다는 ‘통일정책’을 밝히는 게 더 온당치 않을까요? 다행스럽게도 6.15선언 이후 남과 북은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을 적용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통일이 가까워질수록 준비할 건 천박한 ‘통일세’가 아니라 민족공조의 정신 아닐까요? 물론 그에 앞서 준전시 상황인 지금은 민족화해의 정신이 훨씬 시급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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