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8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장관들을 모두 유임시켰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집권 초기부터 현재의 천안함 국면에 이르기까지의 외교정책과 대북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즉, 대북 강경노선과 한미동맹 중심 정책을 그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 처리와 대북 정책(북풍) 등을 재고해야 한다는 6.2지방선거의 교훈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향후 민심을 외면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유임된 이들 외교ㆍ통일ㆍ국방장관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실패한 장관들’이라는 점이다. 왜 그런가?

먼저, 유명환 외교장관을 보자. 유 장관은 현 정부 출범부터 장관을 했으니 장수 장관인 셈이다. 비교적 긴 2년 반 사이에 온갖 공과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그에 대한 평가는 ‘천안함 외교’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그가 국제무대에서 남북 간 건곤일척의 승부를 한 천안함 외교의 실질적 진두 지휘자였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남측 정부는 천안함 외교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의장성명에서 북한이 천안함을 직접 공격했다는 점을 적시하지 않았다. 외교적으로 남측의 패배이고, 국제적으로도 망신이다. 한미동맹 집착으로 인해 발생한 중국, 이란, 리비아에서의 외교의 고전 등은 차라리 양념일 정도다.

현인택 통일장관은 어떤가? 현 장관은 무엇을 위한 장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통일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조차 들기도 한다. 이럴 정도라면 차라리 현 정부 출범시 나왔던 통일부 폐기론이 정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마디로 현 장관은 대화주의자가 아닌 대결주의자이다. 정치공세일지라도 북측에서 현 장관을 두고 ‘남북공동성명 파괴자’, ‘반통일 장관’ 등의 험담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도대체 통일장관이 돼서 남북간 대화를 한 차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이게 무슨 통일장관인가? 스스로 돌아보아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껏 통일을 위해 한 일도 없고, 앞으로 할 일도 없으니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 사태의 실질적 책임자로 진작 물러나야 했다. 원래는 천안함 사고가 일어난 당시에 사퇴했어야 했고, 아니면 사고 수습 후 사퇴했어야 했고, 적어도 이번 개각 때 사퇴했어야 했다. 사실 김 장관은 천안함 수습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사의 표명을 했다. 어쨌든 천안함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그 원인을 지휘했다는 건 소도 웃을 일이다. 설사 대통령이 믿고 맡겼더라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해 천안함 사태에 책임을 졌어야 했다. 그래서 천안함 46명 희생자의 영혼을 책임 있게 달랬어야 했다. 그게 무관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의 처신은 군인답지 못했다. 경계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이 여전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 군의 사기와 발전을 위해서도 온당치 못하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란 말이 있다. 아울러 잘못된 인사를 비유해서 ‘인사는 망사(亡事)’란 말도 있다. 이번 8.8개각에서 외교ㆍ통일ㆍ국방에 한정해 본다면 영락없는 후자다. 이들 외교ㆍ통일ㆍ국방장관들은 자기 영역에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익을 훼손시키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신임 총리를 내세우는 큰 개각을 하면서도 이들 장관들을 감싼 것은 ‘대북 제재’가 ‘국익 훼손’보다 더 우선이라는 편파적이고 소아적인 시각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이외에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 국가방위를 지키지 못하고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나아가 국가이익을 훼손한 장관들이 생환했다는 것은 차라리 한 편의 코미디다. 그런데 국민들한테는 고스란히 고통으로 온다는 점에서는 분명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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