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2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신청한 평양방문을 불허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보복조치인 ‘5.24조치’ 이후 북한지역 방문을 금지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 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찌 보면 예상대로 결론이 난 셈입니다.

그러나 이번 북민협의 방북 불허조치가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에 미친 파장은 간단치가 않을 전망입니다. 정부 스스로 주창해온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하겠다는 약속과 ‘분배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콩우유 재료 같은 순수 인도적 지원품마저 어떤 단체는 반출승인을 받았고, 어떤 단체는 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통일부의 잣대가 자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최근 통일부는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물품이 평양 이외의 지역에 분배되도록 유도하면서 사실상 승인을 불허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금강산과 개성지역 이외에는 대부분 평양지역에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온 민간단체들로서는 하루아침에 새로운 지역을 개척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방북도 불가능한 조건에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평양 이외의 지역에 어떻게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이 또한 통일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민간단체들만 골탕을 먹고 순수한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마저 축소되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북민협 방북 불허는 분배 투명성 강화를 외쳐온 정부의 정책과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조치입니다. 이번 북민협 방북단의 주 의제 중 하나가 평양사무소를 개설해 지원물품의 분배과정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로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북측은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정작 우리 정부가 이를 가로막아 나섰습니다. 말로는 분배 투명성 강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방북과 지원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행동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정부, 특히 통일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대북지원과 분배 투명성 강화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의적이고 모순된 행태를 반복하다가는 민간단체들로부터 ‘반통일부’라는 오명을 받기에 딱 알맞은 상황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방북을 불허당한 북민협이 북한의 홍수피해 긴급구호를 위한 실무접촉을 중국에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한 수해를 돕겠다는 인도적 단체들의 실무접촉이 제3국에서 열린다니 안타까울 따릅니다. 그러나 그마저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기우까지 나오는 현실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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