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잘 사용하는 용어로 ‘후과’(後果)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뜻은 ‘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어떤 일을 했는데 그 결과가 나쁘게 나타났다는 것이죠. 남한 당국이 천안함 사태의 대응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쓰다가 이제 그 후과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천안함 사태로부터 촉발된 총체적인 후과에 직면한 남한 당국의 외교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습니다.

먼저, 대북 확성기 설치를 봅시다. 군 당국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며 비무장지대 일대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이 “확성기가 설치되는 족족 조준격파 사격”을 할 것이라면서 ‘서울 불바다’ 표현까지 사용하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 인근 11곳에 확성기 설치를 강행했지만 방송 개시를 천안함 사건의 안보리 처리 이후로 유보한 상태입니다. 확성기 방송을 했다가 그 후과가 걱정됩니다.

또한, 서해상 한미 군사훈련도 그렇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대북 보복조치의 하나로 추진됐던 한미훈련이 당초 6월 초로 예정됐다가 6월 말로 연기됐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출하면서 역으로 서해상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에 한미가 군사훈련을 강행했다가는 어떤 후과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이제 한미훈련을 중지하든지 수정해야 할 판입니다.

게다가, 이른바 ‘천안함 외교’는 더 심각합니다. 외교 당국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규탄을 이끌어내고자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망해지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결의는커녕 의장 성명마저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외교적 후과’를 넘어 국민들에게 큰 소리를 쳤기에 ‘국민적 후과’가 심히 걱정됩니다. 결국 남한 당국의 대북 제재 시도가 섣부른 망나니 춤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강경책은 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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