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이질 않는다. 한때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었다. 특히, 분쟁지역에 개입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모든 분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미국은 세계 유일의 슈퍼강국에서 지위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단극체제에서 양극체제나 다극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G2(미국·중국)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의 파워가 과거보다 약해진 탓도 있다고 치자. 게다가 오바마가 미국사회에서 비주류이자 소수파 대통령이라고 치자. 더구나 최근 멕시코만 해저 유전에서 원유가 유출돼 골치를 앓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오바마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전 부시 대통령마냥 아무데고 뻔질나게 모습을 드러내라는 것은 아니다. 부시는 8년 집권 중에 9.11테러를 당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과 이라크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삼고 핵선제공격 선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계를 전장터로 변모시키면서 모든 곳에 개입하고자 했다. 물론 오바마가 부시마냥 호전적으로 나서라는 것은 아니다. 꼭 나서야 할 곳에 나서라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한반도 평화가 위태롭다. 그런데도 한반도 평화문제에 일정 개입력이 있는 미국이, 그 대통령이 일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가 ‘북핵문제’를 다뤄 받자 이득 볼 게 없어 몸조심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국민은 물론 세계가 환호했다. 부시에 대한 반대급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젊고 패기 있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 키워드는 ‘세계평화’였다. 미국이 침략한 지역인 이라크를 정상화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기를 바랐다. 아울러 핵문제로 맞서 있는 북한 및 이란과도 대화로 해결하기를 바랐다. 노벨위원회도 오바마의 미래를 위해 노벨평화상을 미리 수상하는 은전을 베풀었다. 이제 남은 건 오바마가 액션을 취하는 것이었다. 갈등지역을 직접 찾아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었다. 특히 오바마는 당선자 시절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주장하며 “조건 없이 김정일을 만나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그런데 1년 6개월이 넘도록 오바마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있다. 아무리 동맹국인 남한을 의식하고 또 천안함 사태를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그 도를 넘고 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부시 행정부 때보다 악화돼 있다. 6자회담도 20개월째 공전상태다. 이 정도라면 책임방기다. 오바마가 모든 곳에 출현할 필요는 없어도 꼭 나서야 할 곳마저 회피해선 안 된다. 한반도가 그중 하나다. 지금 한반도는 ‘천안함 사태’로 사방이 막혀 있다. 남한도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북한도 여지가 없다.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의 역할이 있다. 오바마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나서라. 그게 천안함 수렁에 빠진 동맹국인 남한을 구출하고 적대국인 북한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석이조의 행위다. 오바마가 직접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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