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합조단은 3개 언론단체 대상 설명회에서 "확대 어뢰설계도는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CHT-02D가 아니라 다른 북한 산 어뢰인 PT-97W"라고 밝혔다. 위 사진 PT-97W(5월20일), 아래사진 CHT-02D(6월29일).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달 20일 조사결과 발표시 공개한 어뢰 설계도는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던 어뢰(CHT-02D)의 설계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은 29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언론3단체 등과의 천안함 설명회에서 '설계도가 바뀐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결과 발표할 때 어뢰 실물 사진의 모습은 북한 PT-97W 어뢰의 사진이었다"며 "그 당시는 실물의 크기와 증거물의 각종 구성품의 위치만 설명하기 위해서 그 어뢰 사진을 가지고 설명했다. 동일한 어뢰의 사진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사발표 당시 합조단은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한 어뢰추진체를 공개하면서 북한 CHT-02D 어뢰 설계도면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이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 당시는 저희들이 어뢰를 수거하고 최초 단계의 전체의 설계도면을 합조단에서 확보한 것이 없어서 부분적으로나마 추진동력체 부분만 설계도면을 받아서 검증했다"며 "그러다보니 다른 사진을 이용해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CHT-02D 설계도면이 확보된 시점은 조사 발표 이후 일주일 가량 지난 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합조단은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어뢰 추진체에 대한 물증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자료를 제시하며 조사결과 발표를 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고 선거운동 시작일인 5월 20일에 맞춰 조사결과 발표를 서둘러 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시간이 촉박했고, 준비를 한 부서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몇 개 부서에서 하다보니까 착오가 생겼다"고 사과 대신 변명을 했다.

합조단은 "이 설계도는 CD에서 출력한 것이며 카탈로그와 설계도는 각각 다른 루트를 통해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카탈로그 책자는 없으며, 인쇄물은 낱장으로 된 인쇄물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인쇄물은 CHT-02D 내용을 설명하는 인쇄물, 그것을 보증하는 내용의 인쇄물로 되어 있고, 어뢰의 기능과 특성 등을 설명한 것은 CD안에 설계도와 함께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설계도에 적힌 정체를 알 수 없는 글자에 대해서도 "CD를 확보해서 출력을 할 때 프로그램상 호환의 문제로 한글 글자가 깨어져서 나오는 것이며 일본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천안함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됐다. 특히 흡착물 성분 분석과 스크루가 휘어진 현상, 어뢰추진체에 화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이유 등 8개 분야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합조단 역시 준비해 온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와 데이터 자료를 제시하며 4시간 동안 설명회에 이은 평택 2함대 현장 방문 등으로 의혹 해소에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 간담회에 참가한 기자들은 어뢰 추진체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성분이 수 미터 떨어진 선체에서만 발견됐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어뢰추진체의 화약성분 = 합조단은 "천안함 관련해서 (선체에서) 검출된 HMX, RDX, TNT 폭약 성분 만으로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 사건 현장에서 북한군의 어뢰 추진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검출된 폭약 성분들은 북한군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단정지었다.

특히 어뢰 잔해에서 폭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적들이 쏟아졌다. 어뢰 추진체에는 검출되지 않은 성분이 수 미터 떨어진 선체에서만 발견됐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합조단 한 관계자는 "어뢰가 물 속에 장시간 있었기 때문에 폭약 성분이 물에 녹아서 검출이 안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약성분은 유속이라든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녹는 정도가 굉장히 다르다"며 "천안함에서 검출된 부위는 유속을 차단해 줄 수 있는 연돌 내부라든지 였는데 어뢰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뢰 탄두가 폭발되면서 추진체는 폭발원점에서 후방으로 밀려나는 상태였기 때문에 화약성분이 흡착될만한 시간이 없었던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합조단 박정수 준장이 프로펠러 휨 현상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프로펠러 휨 현상 = 일각에서 제기되는 좌초설의 결정적 증거라고 제기되는 프로펠러의 휨 현상에 대한 의문 제기도 이어졌다.

합조단은 "충돌을 했다면 프로펠러 날개에 국부적인 손상 흔적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발견되지 않았다"며 "인터넷에서 떠도는 부드러운 모래에 의해 부딪혔다고 하더라도 표면에 스크래치 자국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실제 이날 오후 2함대에서 본 우현 프로펠러 날개 부분에는 손상의 흔적이 있었다. 합조단 관계자는 프로펠러들이 관성력에 의해 서로 'interaction' (상호작용)되면서 충돌에 의해 손상이 발견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합조단은 또 "천안함 프로펠러는 가변피치 프로펠러다. 속도를 조절하거나 후진할 때도 항상 똑같은 방향으로 돈다"며 "역회전은 불가하고, 만일 좌초 중에 손상을 당했다면 앞쪽 부분이 휘어져야 되는데 뒤쪽 부분이 손상될 이유가 전혀 없다. 물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조단은 프로펠러 제조사인 스웨덴 회사에서 프로펠러가 급정지 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 프로펠러 급정거에 의한 손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즉, 기어박스가 고장 나면서 회전 중인 프로펠러가 갑자기 멈췄고 관성력에 의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자료를 공개하면서 "좌현하고 우현하고 회전이 다르다. 천안함의 경우 우현만 손상됐는데, 좌현 프로펠러가 천천히 돌아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지시간이 약간만 차이가 나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는 파서블(possible,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합조단은 준비해 온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와 데이터 자료를 제시하며 4시간 동안 의혹 해소에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의혹은 더욱 쌓여만 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알루미늄 흡착물 = 합조단은 지난 조사결과 발표에서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최근 재실험을 통해 극소량의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검출됐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합조단 관계자는 "원래 입장과 변함이 없다"면서 "기존의 XRD 데이터를 보면 산화 알루미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상세히 분석해보니까 흔적이 보인다. 함량이 0%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없다. 흔적만 있다뿐이지 물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알루미늄이 부식될 때에는 산화물은 대개 다 결정 성질을 가지고 있다. 비결정질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은 몇 개 안 된다. 바다에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을 발견했다는 것은 산에서 고래를 만난 것과 똑같다"며 폭발 가능성을 확신했다.

합조단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의 실험에 대해서도 1100℃에서 40분 동안 가열했다고 하지만 이런 실험은 바다 속 폭발 상황과 크게 다른 것으로 시험관의 튜브 열전도도를 고려하면 식으려면 2시간은 더 걸렸을 것"이라고 실험 조건이 불완전함을 강조하면서 "이 실험을 폭발 형성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꼬았다.

▲ 천안함 언론검증위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이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백령도 초병 진술
= 합조단은 또 사건 당일 백령도 해안초소에서 경계 근무 중이었던 초병이 진술한 방위각 등의 수치가 실제 폭발 원점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실제 초병이 말한 숫자만 가지고 보면 폭발 원점하고 맞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초소 가서 확인하고 느꼈던 것은 초병이 판단한 것은 2~3초 안에 짧은 시간에 방향을 판단했고, 그 때 상태가 해무도 있었고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며 초병의 임의적 판단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초병이 진술한 내용의 숫자상에는 원점하고는 차이가 있지만, 조사단에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지진파 등을 종합해봤을 때 초병이 말한 숫자는 안 맞지만 초소의 위치, 방향을 봤을 때는 비슷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고 애매하게 답변을 했다.

백색 섬광만을 관측했다는 초병의 진술을 가지고 물기둥으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초병의 진술만 가지고 판단한 게 아니고, 그 외에도 흡착물질, 좌현 견시병이 물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든지, 특히 생존자 증언을 보면 좌현으로 넘어지면서 빠진 곳에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초병은 백색 섬광 불빛이라고 표현했지만 합조단에서 물기둥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 어뢰설계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계속되자 합조단 관계자들이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가운데).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TOD 관측초소는 한 개? = 천안함의 사고지점을 관측하는 TOD(열상관측장비) 진지도 한 개밖에 없었다는 합조단의 설명도 나왔다.

합조단 관계자는 폭발지점을 중첩 관측한 TOD 수에 대해서도 "1개 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전부 다 북쪽 방향이고, 남서쪽에는 1개 진지만 있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을 관측한 TOD 진지가 한 곳밖에 없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이 일대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론단체들이 "중첩되는 TOD 영상이 없느냐. 그렇다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재차 확인했지만, "1개 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합조단 관계자는 한 개의 TOD가 촬영할 수 있는 방위각은 130도 정도라고 설명했다.

폭발 직후(31초~41초) TOD 영상에서 함수와 함미가 분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의문에 대해서, 앞선 관계자는 "외국전문가와의 분석 결과는 이미 절단되어 가지고 함수 부분은 우현쪽으로 전복됐고, 함미는 진행방향으로 급속하게 침수됐다고 판단했다. 우측으로 전복됐기 때문에 영상에서 마스타가 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TOD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것은 기상이 나빴고 관측거리가 3.8Km이기 때문으로 TOD 운영병 조차도 이것이 천안함인 것조차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 부식기간 측정 불가능? = 합조단은 어뢰 잔해의 부식상태 감식에 대해 "부식기간 추정을 위해 금속의 재질과 부식층의 두께를 측정했다"면서 "재질도 그렇고 부식층 차이도 굉장히 편차가 커 정확한 부식기간을 추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같이 밝히면서 "금속 재질 분석을 한 교수 2분이 육안 검사에 의하면, 금속재질을 보고 나서 '이 정도면 1~2개월 정도 부식된 상태하고 유사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합조단은 '1번'의 표기의 잉크에 대한 분석결과 '솔벤트 블루5'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1번' 잉크 성분 =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됐다는 주장의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글씨 '1번'의 성분은 '솔벤트 블루 5'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조단 관계자는 "성분 색소는 '솔벤트 블루 5'라고 청색 유색 매직 성분으로 많이 쓰는 색소"라며 "현재 잉크 기기를 분석하기 위해서 시료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적 증거로서 윤활유 일부가 남아있어서 분석을 했는데, 윤활유까지 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은 그 부분도 온도가 안 올라갔다는 의미"라며 "프로펠러의 코팅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온도가 안 올라갔다는 물적 증거"라고 자신했다.  

◇ 당시 잠수함 동향 '영상질 불량'은 날씨 때문? = <통일뉴스>가 입수한 '00 00000 북한 서해 잠수함 동향'에서 사건 당일(26일) 이틀 전(24일)부터 상어급 잠수함 동향이 '영상질 불량'으로 파악되지 않은 것과 관련, 합조단 관계자는 "분명히 상어급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4일 <통일뉴스>는 북한의 주력 잠수함으로 알려진 상어급과 로미오급의 00척이 24-27일 간의 동향이 전혀 파악되지 않아 우리 군이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합조단 관계자는 '영상질 불량'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사건 직후에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상질 불량'은 "날씨 탓으로 정확하게 식별이 불가능할 때"라고 설명하면서 "(식별이)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한.미가 운영하는 위성시스템이) 구글어스보다 좋지만 기상의 제한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 천안함 함미의 밑바닥(선저) 부분. 침몰한 천안함 엔진과 스크루를 잇는 샤프트에 그물과 밧줄, 금속성 어구 등이 감겨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합조단 박정수 준장이 천안함 절단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이 함수와 함미 절단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보, 오전 2시)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