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0-7로 대패했습니다. 실력 차가 확연했습니다. 경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지난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에서 포르투갈에 3-5 역전패한 것에 대한 복수혈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앞선 세계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선전 끝에 1-2로 석패했기에 아쉬움은 더 큽니다. ‘천리마축구단’의 날개가 꺾인 것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북한은 조선중앙TV에서 포르투갈전을 생중계했습니다. 골을 먹을 때마다 북한의 캐스터와 해설자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하니 TV 앞에 앉아있을 ‘인민’들의 심정도 헤아리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안영학과 정대세를 배출한 재일동포도 도쿄에서 ‘필∼승조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응원을 펼쳤는데 참패로 끝나자 침통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 경내에서도 남측 시민들이 한반도기와 ‘우리는 하나다’ 손피켓을 들고 북한 응원에 열을 올렸는데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감독이나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기 후 김정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면서 “선수들에게 제때 대책을 전달해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정대세 선수는 “힘든 경기였다”면서 “1966년도의 패배를 복수하고자 했지만 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안영학 선수도 선제골 때문에 무너졌다면서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으려면 선제골을 넣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 축구를 두고 한계와 가능성을 얘기합니다. 북한은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지지 않는 ‘실리축구’를 추구해왔습니다. 이 같은 전략이 아시아무대에서는 통했으나 월드컵이라는 국제무대에서는 벽에 부딪쳤습니다. 돌파를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무튼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입니다. 그래도 북한 축구가 월드컵에 진출했기에 천안함 국면에서도 봉은사에서 공동응원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북한 축구가 이번 패배를 딛고 ‘천리마축구단’이 새 날개를 달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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