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10돌을 맞이합니다. 우리 민족의 정서상 ‘10돌’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시기라면 틀림없이 남과 북이 민간 차원에서든 당국 차원에서든 거족적으로 민족공동행사를 치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인 지금 6.15선언 10돌 행사는 남과 북, 해외에서 따로 따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북해외가 공동 명의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공동성명’을 채택 발표한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6.15선언의 남측 주역인 김대중평화센터가 15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6.15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만찬’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수행원이었던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그간 이 행사에는 남측 당국은 물론 북측 당국도 참석해 왔습니다. 이번에 북측은 올 수 없지만, 남측 당국의 경우 처음엔 참석하기 어렵다고 버티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14일 저녁 돌연 태도를 바꿔 통일부 차관의 참석을 알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무산된 것도 아쉽습니다. 북측에서 6.15선언 10돌을 맞이해 이희호 여사에게 방북을 요청했으나 천안함 사태로 무산된 것입니다. 일단 6월 방북은 무산됐지만 올해 안에 다시 성사될 수 있도록 당국이 방북을 허용할 것을 기대합니다. 이런 가운데 통일운동인사 한상렬 목사가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지금 방북해 있습니다. 한 목사는 방북 전에 “6.15는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남북해외 민족공동행사의 무산, ‘오락가락 통일부’, 이희호 여사의 방북 무산, 그리고 한상렬 목사의 승인받지 않은 방북 등. 이 모든 혼란스러운 풍경이 오늘 6.15선언 발표 10돌을 맞는 남측의 자화상입니다. 이 살풍경을 초래한 주범이 누굴까요? 그간 6.15공동선언을 줄곧 부정해 왔고, 나아가 남북해외 민간 차원에서 합의된 6.15공동선언 10돌 민족공동행사 개최를 불허한 남측 정부가 자초한 일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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