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를 심판했다. 선거를 채택한 민주주의 나라에서 선거 결과는 민심의 향배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정부와 정당들이 선거를 통해 심판받고 그 심판 속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이번 선거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함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면서 초기에는 주요 의제로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이 떠올랐다. 그런데 3월 말에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면서 급기야 천안함 정국이 형성됐다. 이어 천안함 정국이 모든 의제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북풍(北風)’으로 몰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실상 대북 선전포고를 했고, 통일 국방 외교장관 등은 대북 제재 방침을 선언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도 천안함 사태와 그로 인한 북풍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천안함 및 북풍과 관련 있는 지역에서도 그렇다. 먼저, 인천시장에서 한나라당은 패했다. 선거 기간 중에 한나라당 인천시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윤성 의원이 천안함 침몰을 놓고 “다행히 천안함 사태가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인천 선거에서 천안함 침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부가 천안함을 두고 지나치게 북풍몰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이리라. 또한, 북풍의 ‘태풍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지사와 파주시장 그리고 고성군수에서도 한나라당은 패했다. 강원도는 보수적인 지역으로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한나라당이 거의 패한 적이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고 북풍이 불었는데도 패한 것이다. 남북의 관문인 파주에서도 ‘리틀 이명박’라 불린 한나라당의 전 파주시장이 3선에서 좌절됐다. 또한 금강산 관광의 특수를 잃은 고성 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이 패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짧게는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북풍에 대한 심판이자, 본질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심판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파산 선고인 셈이다. 특히, 위에서 살펴봤듯이 남북이 대치해 있는 주요 지역에서의 한나라당의 패배는 무엇을 말하는가? 남북관계가 불안해서는 정부 여당이 정국을 이끌어 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불안정한 남북관계에서는 서해상이든 휴전선이든 어디에서든 제2의 천안함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금강산 관광을 중단케 했던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건도 마찬가지다. 남북 간 대화가 끊긴 상태에서는 어떤 돌발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돌발사항이 일어나면 곧바로 해결되지 못하고 더 큰 문제로 비화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번 천안함 사태도 그렇다, 남북이 교류 협력하고 있었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한 발생했다고 해도 원인 규명이 손쉽게 됐을 것이고, 이처럼 전쟁 분위기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6.2 지방선거의 교훈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북풍 따위로 안보 불안을 야기하지 말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 후 지금까지 2년 반에 걸쳐 대북 대결주의를 펼쳐왔기에 단번에 정책을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이 상태에서 남측이 대북 정책을 전환한다고 해도 북측이 콧방귀도 안 뀔 게 분명하다. 마침 6.15공동선언 발표 10돌을 맞는다. 이 기회에 남측이 6.15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면 좋지만 여건상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정책 전환을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인적 쇄신을 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희생양’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 대상은 이번 선거 기간 중 북풍의 원인을 제공한 관련 장관들이다. 통일 국방 외교장관들이 그 장본인이다. 이들 장관들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내뱉은 말이 하도 많기에 주워 담거나,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 장관들을 경질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북측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도 대북 대화를 제시할 여지가 생기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