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색(本色)을 숨길 수 없다. 오랜 기간 숨길 수 있더라도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다. 아무리 포커페이스일지라도 어느 결정적 한 순간에 표정과 본색은 노출된다. 그 순간은 승리에 도취된 포만감의 순간일 수도 있고, 사활을 다투는 극도로 긴장된 순간일 수도 있다. 아주 쉽게는 운전 중에 옆차가 끼워들기를 하거나 뒤차가 추월할 때 운전자의 표정에서도 본색은 드러난다. 최근 북한에 대한 이명박(MB) 대통령의 본색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 MB의 대북 본색은 ‘대결’과 ‘굴복’이다. 북한을 힘으로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MB는 대통령 취임 이후 이제까지 이 본색을 바꾸거나 버린 적이 없다. 이 본색은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인수위 때부터 통일부 폐지안을 들고 나왔으며, 통일 관련 인사들을 임명하더라도 남주홍(통일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낙마), 홍관희(통일교육원장에 유력했다가 탈락),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현인택 통일부장관 등 대북 대결주의자들만 골랐다. 나아가 MB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라며 사실상 흡수통일을 드러냈다.

◆ MB의 이 같은 대북 본색은 이번 ‘천안함 사태’ 처리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매우 이례적으로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직접 나서 5.24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재확인하고 대북 경고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 조치를 마구 쏟아냈는데 그중에서도 MB 본색의 스모킹 건(smoking gun)은 ‘대북 심리전 재개’에 있다.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곳’을 건드려서 무릎 꿇고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적대의식의 발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 북한이 과연 MB에게 굴복할까? 북한은 세계 최강 미국과 60년 동안 군사적으로 대결해 왔다. 최근만 해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삼아 대북 압살 정책을 폈다. 하지만 결국 정책을 전환한 건 부시 행정부였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했고 6자회담을 이어갔다. MB의 ‘북한 굴복시키기’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MB가 이번 5.24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퇴로를 막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궁지에 몰릴 경우 굴복할 것은 M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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