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대국민 담화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천안함 이전과 이후로 한반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치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의 네오콘들이 ‘9.11 이전과 9.11 이후’를 들고 나와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안보정국을 조성하고 이라크와 아프간 침공에 나섰던 때와 흡사한 상황이다.

25일 일부 일간지들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7.7선언 이래 지속돼 온 남북화해협력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화해에서 대결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 교역과 교류를 차단하고 대북 심리전을 즉각 재개하며 북한 선박의 남쪽 해역 통과도 봉쇄된다. 그야말로 남북관계의 시계추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UN안보리에 천안함 사건을 회부하고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에 적극 참여하며 한미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적극적 억제 원칙’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위권 발동’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남북 사이에는 사소한 마찰이라도 군사적 충돌로 번질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군사적 충돌 위험을 무릅쓴 현 정부의 대북 대결정책은 ‘북한 목조르기’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 사항’에 근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은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하고 “기존에 우리가 북쪽에 요구해온 핵폐기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개방에 나설 때까지 대북 제재조치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경협 차단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북한이 가지고 있는 국가 규모나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모략극’이라며 ‘국방위 검열단(조사단)’의 남쪽 파견을 제의하고 있으며, 아울러 확성기 설치 등에 맞서 ‘직접 조준 격파사격’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더구나 북한은 지금까지 남측이 강경 대결 정책으로 치달을 경우 이를 맞받아 강경 대응으로 맞섰고, 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극심한 경제.식량난에도 불구하고 남측에 끝내 굽히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따라서 오랜 기간 어렵게 쌓아온 남북간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군사적 위기를 자초하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패러다임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더구나 힘으로 북한을 제압하겠다는 현 정부의 구상이 북한의 반발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국제사회의 지지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중국이나 러시아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도 ‘북풍 몰이’를 경계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정세가 ‘천안함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천안함 이전과 이후’로 구별됨으로써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남북경협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의 대북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역사 속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벌써 궁금하다. 다만 '천안함 이전과 이후'의 결정적 차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잘못에서 결정적 잘못'으로 전환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내려질까 심히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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