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0일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 발표를 검증하기 위한 검열단을 22-23일 중으로 남측에 파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21일, 답신 전통문을 통해 이같은 북한의 제안을 거부하고 군사 정전위에서 논의하자고 역제의 했다. 이 전통문에서 군사정전위 개최 날짜는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제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판문점 군사채널을 통해 주말께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이에 대해 우리 측은 군사 정전위에서 논의하자고 역제의 하는 답신을 오늘 보냈다"고 밝혔다.

북측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사실상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하며 행동에 나선 것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한 한미 측 결과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고 ‘결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21일 ‘공화국 정부당국을 대변하여’ 성명을 내고 현 사태를 ‘전쟁국면’으로 간주하고 남측이 대응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남북관계 전면폐쇄, 남북불가침합의 전면파기, 남북협력사업 전면철폐 등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이 ‘전쟁국면’에 준한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측의 사실상의 남북 공동조사 요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며,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박정이 민.군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북측의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성명에 대해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는 정전상태다. 이와같은 정전관리를 위해 정전위원회가 편성되어 있다. 어떻게 북한과 연루되어 있는지 정전위에 판단하고 그 판단을 북측에 통보하는 것이 맞다”라고 답한 바 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도 20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 절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군 윤영범 소장이 수석대표를 맡은 유엔사 군정위는 천안함 침몰사태와 관련,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명백히 군사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정전협정에 나와 있는 특별조사팀에 조사를 의뢰해 결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정전위원회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토의할 것"이라며 "북한 측 대표는 그 자리에 나와서 우리 측의 설명을 들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정전위는 1953년 정전협정 때부터 북측과 유엔사가 휴전협정 위반을 다루기 위해 구성돼 운영돼 왔으나 1994년 유엔사 측이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으로 교체한 것에 반발해 북측이 소집에 응하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기구이다.

한 안보 전문가는 “정전위는 실제로 무력화된 지 오래됐고, 북.미 간 장성급 회담이 이를 대신해 왔다”며 “이번 천안함 사건의 경우도 이 틀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북한은 94년 이후 판문점군사대표부를 설치해 미국 측과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현안을 협의, 처리해오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의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한국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군사정전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남북 간 군사 문제를 북미 장성급 군사회담으로 가져가기도 마땅치 않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측이 북측 조사단 파견 제의를 거부하면서 남북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식의 명분싸움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 안보 전문가는 "남측은 조사결과 발표 여세를 몰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곧바로 북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고, 북측은 남측의 조사결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안보리 회부 시 중국.러시아의 공감을 얻어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는 북측 제안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정전위에서도 공동조사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행위를 따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북측이 사실상 남북 공동조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남측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군사정전위 공동조사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일부의 분석도 있다.

다음주 초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이어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들이 종합적으로 취해질 경우 남북관계는 사실상 전면 단절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가 북측의 사실상 공동조사 요구를 선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보,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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