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라,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를 두고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곡을 배제했기에 대통령 대신 나온 정운찬 국무총리 입장 때는 가곡 ‘금강산’이 연주됐으며, 퇴장 시 연주하려던 경기민요 ‘방아타령’이 민중가요인 ‘마른 잎 다시 살아나’로 긴급 대체됐다고 합니다. 금강산 관광이 완전 두절된 상태에서 뭐가 좋다고 가곡 ‘금강산’을 연주하는 것은 무엇이고, 다행히도 바꿔지기는 했지만 추모행사에서 “노자 좋구나…”로 시작되는 잔칫집에나 어울리는 ‘방아타령’을 연주하려고 했던 것은 또 무엇입니까?
5월단체 회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습니다. 정부 측은 이 곡에는 5.18이란 단어도 없고 또 새로운 노래 제정이 필요하기에 식순에서 제외했다고 합니다. 참 듣기가 민망합니다. 이 곡은 광주민중항쟁을 직접적으로 기린 것으로 30년 동안 불린 5월의 노래이자, 그간 시민ㆍ사회ㆍ노동단체 등의 집회 시작에 민중의례로 불려온 노래입니다. 이보다 더 5.18 광주를 기리고 또 민주주의 정신을 대표하는 노래가 있을까요?
결국 5.18 유족회 및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단체 회원들은 정부가 주관한 기념식장에 참석하지 않고 ‘민주의 문’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기념식은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게다가 5월단체 회원들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함께 망월동 구 묘역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치렀습니다. 5.18 행사가 파행을 넘어 두 쪽으로 갈라 진행된 것입니다.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제한 죄값이 너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