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12.12 쿠데타로 실질적 권력을 쥔 전두환 신군부가 명실상부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조처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이 5.17 조처는 12.12 쿠데타로 군부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민간에 의한 개헌안 등 정상적인 정치일정을 막고 제5공화국이라는 군사정권을 세우기 위한 과도기적이자 결정적인 조처였다. 신군부의 5.17 조처로 3김은 다시 정치일선에서 제거됐고, 정치인과 재야인사들이 체포됐다. 대학교에는 장갑차가 들어서는 등 강제휴업조처가 내려졌고, 언론.출판이 통제되고 집회가 불허됐다. 이 5.17 조처에 저항해 광주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며 대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자 광주에 주둔해 있던 공수부대의 무차별 진압이 시작되고 이는 계엄군의 발포와 시민군의 저항으로 이어진다. 광주민중항쟁이 시작된 것이다. 광주민중항쟁은 이후 민간 정부가 들어서면서 1988년 국가적 차원에서 ‘5.18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을 받는다.
오늘날 5.18 광주항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저항했다는 점에서 반독재민주주의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계엄군과 부대 이동을 지휘하고 또 광주시민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린 배후가 작전지휘권을 쥔 미국임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민족주의적 성격도 있다. 반독재와 민족주의문제는 민주주의와 통일문제와 맞닿는다. 그렇다면 광주항쟁 30돌을 맞는 지금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차원에서 기념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 상황이 이를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불참하고, 국가보훈처가 5.18 광주민중항쟁의 상징중의 하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행사에서 배제하고, 또한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의 ‘광주 성지순례’ 참가자 처벌 지침을 내리고, 서울시가 추모 및 분향 금지를 하는 것은 그렇다 치자.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진행 정도가 어떤가?
올해는 유난히 ‘꺾어지는 해’가 많다. 4.19혁명 50돌도 그중의 하나다. 아직도 변심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4월 그날의 진정한 참가자들은 4.19혁명을 ‘기념’하지 않는다고 한다. 4.19가 민주화운동만이 아니라 분단체제에 저항한 민중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민주주의에 한정한다면 당시 이승만을 하야시켰기에 기념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민족이 여전히 분단돼 있기에 결코 ‘기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5.18 광주민중항쟁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정체.퇴보하는 것을 지나 급속도로 역주행하면서 5공 때로 회귀하고 있으며, 미국은 여전히 뒤에서 검은 그림자로 너울거리고 있으며, 남북관계 역시 최악의 상태에 와 있다. 현 정부에 들어와 5월의 정신이 사라지고 의미마저 퇴색됐다.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다. 서른 번째 5.18을 맞이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기념을 하기도 막막하다. 그래도 6.2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자는 말이 나온다. 아무튼 산자들은 5월 영령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다시 5월 광주가 부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