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

 

북한 <노동신문>은 5월 12일, 자체 기술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인터넷 <다음>(www.daum.net)을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에 '속보'로 보도되면서 항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정부당국자는 즉각 "터무니없다"는 의견을 발표하였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핵융합 성공 보도를 두고 "넓은 범위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입장을 피력하는 등 북한의 핵융합 성공 보도를 대북적대정책의 소재로 삼기 위해 안간힘이다. 한국의 여러 전문가들도 앞 다투어 나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도대체 핵융합 반응이 무엇이길래 이명박 정부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핵융합 반응

핵융합 반응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에너지원 가운데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 등은 그 존재량에 한계가 있어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사용 시 대기오염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원자력 발전은 방사능이 유출되는 우려가 있으며 핵연료가 대국들의 패권논리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핵융합 반응은 수소(H) 원자핵을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 하에서 반응시켜 헬륨(He) 원자핵으로 만드는 반응이다. 수소원자핵에 중성자가 첨가되어 있는 중수소(D : deuterium)에 중성자가 두 개 들어가 있는 삼중수소(T : tritium)를 결합시켜 헬륨원자핵을 형성하고 중성자(n : neutron) 1개가 빠져 나오는 다음 반응이 대표적이다. 

D + T → He + n +17.6MeV

중수소(D)를 반응시키는 이 반응의 발열에너지는 무려 17.6MeV로 우라늄 핵분열 반응 에너지의 4배에 달한다. 핵융합 원료 1g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석유 8톤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에너지에 필적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중수소와 삼중수소 4.4톤만 있으면 한국의 1년 전력량을 모두 다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로써 자연에 존재하는 전체 수소의 0.016%를 차지하며 삼중수소는 우라늄 등의 핵분열 반응 시 다량으로 발생하게 된다. 삼중수소를 발생하지 않는 핵융합 반응으로는 금속리튬(Li)을 이용하는데 그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D + Li → 2He + 22.4MeV

핵융합 반응은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장점 외에도 그 재료가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물(H2O)이 곧 수소(H), 중수소(D)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융합 반응은 자원갈등을 불러올 우려가 없는 핵심기술이다.

게다가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 반응과 달리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아 방사능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핵융합 반응을 인류 에너지 문제 해결의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보았고 1930년대에 그 이론적 가능성을 찾은 이후 줄기차게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핵융합 반응의 장벽

그러나 핵융합 반응은 안타깝게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는 핵융합 반응이 아니라 핵분열 반응에 의존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핵융합 반응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과 달리 매우 높은 에너지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핵은 전기적으로 (+) 성질을 띠는 양성자들이 중성자와 함께 뭉쳐져 있는 입자이다. 핵분열 반응은 (+)극을 띠는 원자핵을 말 그대로 쪼개는 것인데 이 경우 핵분열 반응 시 원자핵이 갖는 (+)극 끼리 서로 밀어내는 힘이 핵 쪼개짐을 돕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 반응과 달리 (+) 원자핵과 (+) 원자핵이 서로 밀접히 가까워져야 하나의 원자핵으로 뭉쳐질 수 있다. 즉, 막대한 에너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자석의 N극과 N극을 마주하면 할수록 서로 밀어내는 힘이 매우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를테면 핵분열 반응은 커다란 자석을 둘로 쪼개는 반응이지만 핵융합 반응은 자석을 둘로 붙이는 반응에 비유할 수 있다. N극과 N극을 붙이는 반응이 훨씬 어렵다.

그래서 핵융합 반응은 이러한 에너지 장벽을 뛰어넘는 조건에서만 관측되고 있다.

그 첫 번째 조건은 바로 태양이다. 즉,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에너지가 태양에서 발생하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인 것이다. 태양의 내부온도는 약 1,500만℃로 추정되는 고온상태이다. 게다가 태양은 지구에 비할 수 없는 커다란 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태양 내부는 매우 높은 고온, 고압 상태여서 핵융합 반응의 조건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원자폭탄의 폭발이다. 원자폭탄이 폭발할 경우 내부의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이 일거에 반응하면서 약 1억℃로 추정되는 매우 높은 열을 발생시키게 된다. 이런 조건에 핵융합 반응의 원료인 수소를 놓으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세간에 알려져 있는 수소폭탄이란 이렇게 원자폭탄의 외피에 수소를 씌워놓아서 핵분열 반응 시 발생한 막대한 열에 의해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저절로 일어나도록 설계된 폭탄을 말한다.

핵융합 에너지 장벽을 넘는 방법

핵융합 반응의 반응열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원자폭탄을 터뜨려가면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인류는 아직 원자폭탄의 핵물질이 일거에 반응할 때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견뎌낼 장치를 갖고 있지 못한다. 핵폭발 시 발생하는 1억℃의 온도는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흔적도 없이 증발시켜 버릴 만큼 위력적인 온도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핵융합 에너지를 담을 방법을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태양과 같이 자기 자신의 중력에 의해 핵융합 물질이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는 방식이다. 이것은 지구 중력을 뛰어넘는 커다란 중력이 존재해야 하므로 지구상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이를 과학자들은 중력가둠(Gravitic Confinement)이라 부른다.

두 번째 방법은 핵융합 반응의 원료가 되는 수소(H2)기체를 원자핵(H+)과 전자(e-)로 분리된 극성물질인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다음에 매우 강력한 전기장과 자기장을 이용하여 이들 극성물질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다. 그릇이 아니라 매우 강력한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핵융합 반응을 패쇄시킨다는 것으로 자기가둠(Magnetic Confinement)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전기장과 자기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큰 값이 요구되어 현재 인류가 보유한 기술로는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전선에 너무 많은 전기를 흘리게 되면 전선이 저항열을 이겨내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자기 가둠 효과는 전기저항을 완전한 '0'으로 만든다는 초전도체(Superconductor) 물질을 상온에서 구동시키기 전에는 상용화될 수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세 번째 방법은 매우 국소적 영역에 수소기체를 모아놓고 여기에 레이저로 막대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주입시키는 방식이다. 수소기체에 처음 도달한 에너지가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그 다음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수소기체에 들어온다면 수소기체는 결국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관성가둠(Inertial Confinement) 방식이라 한다. 수소폭탄의 폭발 경우가 제어되지 않은 관성가둠의 대표적 예이다.

핵융합 반응의 필요조건

이상 살펴본 바를 종합해 볼 때 핵융합 반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성가둠 방식의 측면에서 레이저 기술, 즉 적응광학 기술이 세계적 수준을 돌파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관성가둠 방식에 의한 핵융합 반응의 성공이 이루지지 못하는 것은 주되게 레이저의 출력과 제어의 정확도가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자기가둠 방식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정부관계자도 언급하였다시피 이러한 방식의 핵융합로 설계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기 마련이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의 핵융합실험로(ITER) 협의회에서 개발하는 시설의 건설비용만 51억 유로가 소요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자금은 직경이 27km에 달하는 초대형의 입자가속기를 만들고 여기에 각종 전자기 장비를 갖추기 위해 소요되는 자금이다.

그러나 초전도체 개발이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초전도체는 그야말로 전기저항이 '0'을 갖는 물질이므로 전력손실도 '0'이 되어 초전도 현상 아래에서는 플라즈마의 차폐 효과가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셋째는 수소폭탄의 개발 가능성이다. 원자폭탄의 고폭장치의 제어능력이 매우 뛰어난 경우 그 에너지를 이용한 핵융합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핵융합 기술 개발 과정

이쯤해서 북한의 핵융합반응 연구과정에 대해 살펴보자. 흥미로운 점은 도서 『북한을 움직이는 테크노크라트』는 1989년 5월 8일, <노동신문>이 이미 핵융합 반응을 실현하였다는 보도를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노동신문>은 김일성 종합대학 연구집단은 중수 속에 팔라디움(Pd) 전극과 백금(Pt) 전극을 넣어 전기분해해 핵융합 반응을 실현했으며 이 때 나오는 중성자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상온에서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중수(D2O)는 중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을 말한다.

중수를 전기분해할 경우 중수소 기체(D2)와 산소기체(O2)가 형성된다. <노동신문>은 이 때 나오는 중성자를 기록하였다고 하였으므로 이 보도에 근거할 때 1989년의 북한핵융합 반응은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D + D → 3He + n + 3.27 MeV

이 반응은 중수소를 이용하여 중성자가 발생하는 반응으로 1989년 5월 8일의 <노동신문>의 보도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 반응은 핵융합 반응이기는 하지만 발생하는 에너지가 3.27MeV로 17.6MeV에 달한다는 일반적인 핵융합 반응에 비해서는 반응열이 상당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초기 가해주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는 반응으로 보기에는 무리이다. 결국 이 반응은 핵융합 현상을 목격하였으되 그 실용화에는 거리가 먼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발표된 핵융합 반응은 자기가둠 방식에 의거한 플라즈마 핵융합 반응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 근거는 1989년, <노동신문>의 보도내용이다. 신문은 "해당 대학의 연구집단이 지난 기간 고온 초전도재료를 비롯한 많은 연구성과를 이룩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상온핵융합 반응을 실현하는데서 귀중한 연구결과를 얻어내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미 1989년에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일정한 연구성과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즉, <노동신문>이 2010년 5월 12일 발표한 핵융합 반응 보도내용과 1989년의 보도내용을 맞추어 보면 북한은 1989년에 초보적인 핵융합 반응을 확인하였으며 당시 연구성과에 기초하여 20여 년간 기술개발에 힘쓴 결과 이번에 에너지 효율 면에서 활용 가능한 핵융합 반응에 성공하였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북한 과학기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

북한의 핵융합 기술 개발이 사실이라면 북한 과학기술 수준 전반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함이 분명하다. 정부당국은 수소폭탄 운운하기 전에 북한 과학기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하여야 한다.

특히나 핵융합 반응에서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플라즈마 기술과 레이저 기술은 산업 활용도가 매우 높은 핵심연구분야이다. 핵융합 반응 성공은 정밀도 면에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수소폭탄 제조와는 비교될 수 없이 높은 기술수준이다. 핵융합 반응은 플라즈마 기술, 초전도 기술, 레이저 기술 등을 직접적으로 필요로 하므로 북한의 광학기술, 신소재 기술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나 플라즈마 기술, 초전도 기술은 특수합금, 기능성 소재 개발 등 신소재 연구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레이저 기술을 비롯한 광학기술은 정밀제어 능력과 직결되는 기술이다. 즉, 핵융합 반응 성공은 수소폭탄보다는 오히려 과학발전과 산업발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북한산업능력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될 수 있다.

이미 정부당국은 북한의 기술수준을 우습게 보았다가 큰 코 다친 경험이 있다.

그것은 바로 2009년 북한이 발사한 로켓 '은하 2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수준이 조악하므로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은하 2호는 대기권 탈출과 1, 2단 로켓 분리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북한은 당시 인공위성 '광명성 2호'의 궤도진입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 후,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이 발사한 '나로 1호'는 러시아로부터 1단 로켓을 통째로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서 발사실패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이번 핵융합 반응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은 이미 인공위성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제조할 여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실관계를 파악함도 없이 단지 서방에서 성공하지 못하였으므로 실패하였을 것이라는, 북한의 신소재기술, 광학제어기술에 대한 섣부른 평가절하는 백해무익하다.

물론 북한이 이번에 핵융합 반응에 성공하였다고 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도처에서 핵융합 발전소가 들어설 것이라 전망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핵융합 반응을 추진할 기술적 여건이 북한의 연관 산업분야 발전을 추동할 근거는 확실하다는 점이다.

2010년, 북한경제의 도처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성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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