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은 유독 남측 통일운동진영에 잔인한 달이었다.

2009년 5월 7일, 국가정보원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소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범민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규재 의장과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선전위원장 등 중앙 간부 3명과 청주통일청년회 소속 회원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또 오미나 전 편집국장과 박용식 광주전남연합 사무국장, 홍안나 경인연합 전 사무국장에게 출두요구서가 발부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공안의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 지난해 5월 7일, 서울 남영동 소재 범민련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고 주요 간부 6명이 체포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당시는 2008년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한국진보연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단체를 시작으로 일반 시민들까지 이어진 당국의 촛불 '보복수사'가 정점을 찍고 다소 주춤했다가 노동절(5.1), 촛불 1주년(5.2)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의 요구가 터져나오는 시점이었다.

범민련은 비상운영 체제로 전환했고, 7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범민련 탄압은 냉전시기 회귀로의 신호탄"이라며 발 빠르게 공동대응기구를 꾸렸다.

4번의 계절이 바뀌는 속에서 구속된 간부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고, 일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지난해 11월 27일에는 공안 당국으로부터 6년간 불법감청을 받아온 이 사무처장의 통신비밀보호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이규재 의장 등 3명이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기소 또는 소환조사, 소환장 발부 받은 관계자 전국적으로 18명
압수수색 대상자 가운데 미조사자 포함하면 숫자 더 늘어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파장을 낳은 이른바 '범민련 사태'가 이제 꼭 1년을 맞았다. 그러나 범민련에 대한 탄압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해 구속된 6명은 집행유예 또는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따른 재판 중지 등으로 모두 풀려난 상태지만, 다른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출두요구서 발부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범민련 측에 따르면, 이규재 의장 등 6명을 포함해 기소 또는 소환조사를 마치거나 출두요구서를 발부받은 소속 간부들은 서울.인천.천안.광주 등 전국적으로 18명에 이른다. 지난해 압수수색 대상자 가운데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이들까지를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 지난 1월, 범민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규재 의장 등 3명에 대해 공안당국이 무분별한 출석 요구를 남발하며 보복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국가보안법 위반뿐만 아니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도 수사 혐의에 포함됐다. 최근 별도의 움직임으로 외교통상부는 이적단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여권 효력기간을 축소하는 '여권법 시행령 개정령 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는 공안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당국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어두운 관측이 나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범민련 사태' 1년을 맞는 현주소다.

이경원 "범민련 탄압, 지금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가능성 많다"
"재판 시작되면 기소 이어져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

▲이경원 사무처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6일 오후 '범민련 결성 2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발기인대회'가 끝나고 만난 이경원 사무처장도 "범민련 탄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심지어 탄압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사건건 탄압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 사무처장은 7일 오전 서울 홍제동 대공분실로 출두, '2.28 범민련 공동의장단 회의'와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1년 전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는 "11일과 12일, 최은아 위원장과 이규재 의장님이 출두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열린 결성 19주년 기념대회 관련해서는 출두뿐만 아니라 컴퓨터 서버 압수수색까지 끝난 상태이고, 조사가 다시 시작되는 단계"라면서 "그 외에도 국가보안법뿐만 아니라 여권법, 통신비밀보호법, 집시법 등 모든 제도적 수단을 동원해서 지속적으로 탄압하려는 움직임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천연대 사례로 비춰볼 때, 구속된 사람들이 재판이 끝나면 후속적으로 기소했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재판이 중단되다 보니까 조사한 사람들에 대해 거의 기소를 안 한 상태"라며 "아마 본 재판이 시작되면 기소가 이어져 재판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사태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점쳤다.

"탄압 이후 범민련 단결성, 투쟁력 높아지는 등 결집 가속화"
"6.15 10돌, 결성 20돌 상황에서 선봉 역할 최선 다할 것"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이 사무처장은 지난 1년 동안 범민련 탄압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성격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올해가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과 범민련 결성 20돌을 맞는 역사적 시기인 만큼, 통일운동진영에서 범민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냉전 시대의 상황으로 되돌리려는, 지난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한 것처럼, 이전으로 되돌려 나가는 데 있어서 범민련 탄압은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며 "범민련은 지난해 탄압 이후에 단결성이 높아지고 투쟁력이 굉장히 높아지는 등 탄압이 역으로 범민련으로의 결집을 가속화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올해 결성 20돌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추진위원으로 하고, 그 힘을 가지고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전열을 재정비할 것"이라며 "6.15공동선언 10주년과 결성 20돌을 맞는 상황에서 통일운동에 있어서 (범민련의) 선봉대적 역할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고, 이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이경원 사무처장이 법원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받아들여져 이규재 의장 등 3명이 보석 석방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