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답보상태에 있던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막히면 뚫고, 불리하면 판을 바꾸는 ‘북한식’ 전술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체된 한반도 정세에 변화를 가져 올 돌파구를 제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돌파구 중의 하나로 당연히 ‘6자회담 재개’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는 아직 천안함 침몰 사고의 여파가 남아 있습니다. 남한은 사실상 사고 주체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한이 천안함 사고에 대한 정리 없이 6자회담 정세로 바뀌길 바라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천안함과 6자회담. 어느 쪽이 향후 정세를 주도할까요? 공공연하게 남과 북이 국제무대에서 외교전을 펼치는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천안함의 구심력이 세다면 6자회담은 당분간 재개 불가일 것이고, 역으로 6자회담의 원심력이 강하다면 지금의 천안함 정국은 급속도로 힘이 빠질 것입니다.

여기서 주요 변수는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과 사실상 북한의 파트너인 미국의 입장입니다. 이미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받아들임으로써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미국의 경우, 천안함 침몰 이후 조사 결과를 기다리자며 6자회담 관련 언급을 자제해 왔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감지됩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한다”는 강조가 그것입니다. 한마디로 미국과 중국은, 천안함과 6자회담 문제를 분리 대응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되면 ‘선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후 6자회담 재개 논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남한만 난처해집니다. 남한이 천안함과 6자회담을 연계시키는 것은 전술적 오류입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계속 규명해 나가되 동시에 6자회담 재개 노력도 해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천안함 사고는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발생했고 이는 정전협정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노출시켰기에 평화협정이라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6자회담 재개는 한반도 평화협정회담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즉, 6자회담이 재개된다는 것은 한반도 평화협정회담도 개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한이 지금이라도 천안함과 6자회담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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