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은 그 누구든,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입니다.”

지난 달 29일 열린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군 수뇌부를 앞에 두고 읽어 내려간 조사에서 “3월 26일 백령도에서의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시적 표현으로서, 적에 대한 ‘보복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보복 의지’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하자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이란 사실상 북한을 지칭한 것입니다.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북한에 대해 보복 의지를 밝히는 건 일종의 만용입니다. 둘째, 해군참모총장은 해군의 인사 행정 총책임자일 뿐 작전 권한이 없습니다. 주체적으로 ‘보복’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보복’ 운운하는 것은 제 분수를 모르는 일입니다. 셋째, 설사 해군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세력에 대해 보복을 하려 해도 한미연합사령관인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남한의 전시작전지휘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시라도 빨리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환수해 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속된 조사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는 자,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8일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이 개시되자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보도를 통해 “침략자들이 우리 공화국의 신성한 하늘과 땅, 바다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도발자들을 무자비하게 격멸 소탕할 수 있도록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할 것”이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내용이 서로 비슷합니다.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판에 가장 호전적인 남과 북의 군이 서로 닮아가고 있어 심히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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