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원인이 수중무기에 의한 ‘비접촉 폭발’이라고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 25일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몰 원인을 둘러싼 견해들이 설왕설래다. 합조단의 발표가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당국은 증거물인 수중무기의 정체를 밝히면 된다. 여기서 수중무기란 어뢰나 기뢰를 말하고, 증거물이란 그 어뢰나 기뢰의 파편을 말한다. 정부는 천안함이 중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니, 어뢰 파편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벌써부터 군 당국이나 일부 언론에서 어뢰 파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그 중어뢰의 발사 주체는 북한이라고 예단한다. 증거물도 없고 또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하면서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국제사회나 유엔으로부터도 신임을 받기가 어렵다. 이 같은 억견으로는 천안함 사고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소행’으로 예단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수많은 이견에 답해야 한다.

먼저, 현상적인 문제이다. 통상 물속에서 일어나는 비접촉 폭발은 버블제트에 의한 물기둥을 수반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생존 승조원과 백령도 초병 누구도 물기둥을 목격한 장병이 없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버블제트에 따른 물기둥은 수심과 폭발지점에 따라 위가 아닌 옆으로 생길 수도 있다”고 발표했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천안함이 받은 엄청난 충격을 감안할 때 물기둥이 옆으로 생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체를 두 동강 낼 정도의 강력한 폭발인데도 왜 물고기 떼죽음이나 승무원 고막 손상도 없는가? 인양된 천안함 함교의 유리창도 멀쩡한가?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한쪽 면만 긁힌 천안함 바닥을 강조하면서 암초설을 주장하고, 다른 전문가들도 외부 폭발이 아니라 무엇엔가 직접 타격을 받았어도 침몰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함미 좌현이 굽어져있는 것은 버블제트가 아니라 함수와 함미가 접혀서 부러질 때 나온 흔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 가능성과 배치되는 여러 정황들이 너무 많다. ‘버블제트’에 거품이 끼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군사적인 문제이다. 이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합조단이 지목한 원인이 어뢰나 기뢰라면 천안함은 왜 사전에 이를 탐지하지 못했을까? 어뢰를 발사하려면 최소 5km 반경까지는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왜 소나 장비가 감지하지 못했을까? 당시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이었다. 어떻게 경계망을 뚫고 천안함에 접근할 수 있었을까? 침투와 퇴로 행로가 감쪽같을 수 있을까? 특히, 만약 외부 공격이 확실하다면 군은 의혹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군사지휘시스템(KNTDS)과 교신일지, TOD 영상장치 등을 공개해야 한다. 군은 군사기밀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연평해전 때 관련 기록을 공개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24시간 관측하는 게 기본임무인 TOD 영상장치가 왜 사고 순간만을 포착하지 못했고 또한 천안함과 제2함대사령부 간의 교신기록 가운데 사고 직전인 오후 9시15분부터 22분까지 7분 가량이 왜 존재하지 않을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군이 유리한 정보는 공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숨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려 왔다. 그간 NLL을 둘러싸고 남과 북은 세 차례에 걸쳐 해전이 있었다. 그만큼 NLL을 두고 남과 북은 ‘전쟁접경’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이번에 NLL의 경계태세가 무너진 것이다.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것은 그것이 내부 탓이든, 외부 소행이든 또는 제3의 원인이든 경계에 실패했다는 것이 된다. 이번 사고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군에서 널리 회자되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금언에서 보면 이번 침몰로 군은 경칠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7년 10.4선언의 단절이 아쉽다. 당시 남과 북은 서해해상의 불안정성을 인지했기에 근본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래서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기로 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10.4선언이 이명박 정부 들어 이행됐다면 서해는 ‘평화의 바다’가 됐을 것이고 군당국이 지금처럼 ‘불신의 바다’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천안함 46영령들의 영결식이 엄수돼도 그들의 죽음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천안함이 침몰됐어도 그 원인이 오판되거나 영구미제로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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