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올 것이 왔는가? 금강산 관광이 ‘막장 드라마’마냥 거침없이 최후를 향해 치닫고 있다.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2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 자산인 금강산면회소와 소방대 그리고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5개 대상을 전부 몰수”하며 아울러 “금강산 관광 지구에 있는 나머지 전체 남측 부동산을 동결하고 그 관리인원들을 추방한다”고 밝혔다. 남측 당국 차원의 자산이 몰수된 것과 함께 민간 차원의 자산도 동결에 이어 몰수될 처지에 놓였다. 북측의 이 같은 강수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이로써 지난 1998년 첫 출항 이후 10년간에 걸쳐 200만 명이나 찾은 금강산 관광이 풍전등화를 넘어 재생 불능의 길로 접어들었다.

북측의 이번 조치는 예정된 것이긴 하지만 그 시점과 강도가 매우 빠르고 강했다. 원인(遠因)은 남측 당국의 무대책 때문이다. 북측은 올해 초인 1월 1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통지문을 통해 통일부에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제안했다. 이후에도 북측은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과 요구를 해왔으나 남측은 사실상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피해왔다. 남측이 ‘빈말하지 않는 북한’으로 만들고 말았다. 근인(近因)은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 ‘태양절’ 행사의 ‘축포야회’(불꽃놀이)를 두고 “백성들은 어려운데 60억 원을 들여 (김일성) 생일이라고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렸다”고 한 비판 발언이다. 이번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도 “(이 대통령이) 감히 우리의 태양절기념행사까지 시비하는 무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측이 의도적은 아니었겠지만 아직도 그만큼 북측의 생리를 모른다는 무지의 반증일 뿐이다.

무지하면 용감한 법인가. 남측 당국도 ‘강 대 강’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사태가 험악해지면 원인을 제공한 측에서 한 발 물러나 상황을 관리해야 할 판에 오히려 기싸움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남측이 북측과 대결하는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뺏기는 게 된다. 의미 없는 싸움이고 승산 없는 싸움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래 그 재개를 둘러싸고 남측은 북측에 도덕적으로 밀려왔다. 남측은 관광 재개와 관련한 아무런 방법도 내놓지 못한 채 이른바 ‘3대 선결과제’만을 앵무새마냥 되풀이해 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응조치’,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 ‘보복성 조치’ 운운한들 무슨 카드가 있겠는가? 현 정부 들어 북한에 대한 식량, 비료 등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남북 민간 교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교역도 현 정부 들어 크게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압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북측의 다음 수가 걱정된다.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23일 담화에서 “우리의 응당한 조치에 대해 그 무슨 ‘강력한 대처’니 뭐니 하며 무분별하게 도전해 나올 경우 더욱 ‘무서운 차후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북측이 금강산 지구에 이어 개성공단에도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남측 당국이, 북측이 외화벌이 때문에 4만 2,000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고용돼 있는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만용을 부려선 안 된다. 지금까지 오판으로도 충분하다. 더 이상 실책과 실기를 하지마라.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면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전면 차단된다. 정권에 의한 민족적 차원의 비극이다. 그나저나 금강산 관광 중단만으로도 남북의 역사가 냉전시대로 되돌아갔다. 아 그립다, 금강산. 아듀,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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