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던 북한이 ‘핵보유국’다운 호기를 부렸습니다. 지난 21일 북한 외무성은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을 통해 “필요한 만큼 핵무기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핵군비 경쟁에 참가하거나 핵무기를 필요 이상으로 과잉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북한이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는 배짱도 그렇지만 핵군축에 앞장서겠다는 배포도 대단합니다. 핵무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와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과 이달 초 미국-러시아 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대한 화답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외무성 비망록은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정책을 변함없이 견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6일 미국이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면서 이들 대상에서 북한과 이란을 제외한 것과 비교됩니다. 핵에 있어서도 북한이 미국보다 높은 도덕성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북한의 외무성 비망록은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국제적인 핵군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면서 동시에 “핵보유국으로서의 책무도 지키겠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핵보유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핵은 보유했지만 핵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묘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핵을 보유하면 여유와 배짱이 생기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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