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미는 인양했지만 함수는 아직 인양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외부 충격에 의해 두 동강이 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 잠정 결론도 숱한 가정에 가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지금 확실한 팩트(fact, 사실)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부와 보수언론 쪽에서 침몰 원인을 어뢰·기뢰 등에 의한 버블제트 충격으로 단정하면서 북측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침착하자. 잘못하다간 ‘국민의 군대’이자 ‘나라의 간성’인 군을 영원히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 등을 통해 무수히 보도됐지만 어뢰나 기뢰에 의한 폭파 현상인 수백 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솟구치지 않았으며, 까나리 등 물고기의 떼죽음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또한 물을 뒤집어쓰거나 고막이 터진 승무원도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다른 견해가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 한마디로 천안함 절단면 손상부위를 버블제트 효과로 보기에는 빈약하다는 것이다. 어뢰에 의한 피격이 아니라 침수로 인해 배가 파손된 것이고, 배가 침수되기 전에 암초든 어떤 물체와 충돌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또한, 설사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에 의해 침몰됐다고 해도 그게 백% 북측의 소행이라는 등식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견해들이 나설 수 있다. 그렇다면 군 당국은 잠정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그간 제기된 숱한 의문점들에 답해야 한다. 이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수없이 나왔다. 사고 시각이 9시 15분이냐 22분이냐, 그렇다면 7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왜 유독 사고 순간의 TOD 동영상만이 없는가? 왜 천안함 같은 대형 초계함이 수심이 낮은 백령도 근해까지 접근했는가? 인양된 함미를 왜 공개하지 않는가? 그리고 교신일지와 해양전술지휘시스템(KNTDS)을 왜 공개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폭파=북한’이라는 등식을 연상하는 것은 다름 아닌 냉전시대의 사고가 도졌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의 사고와 6.15시대의 사고는 달라야 한다. 당장, 몇 가지 점에서 북측의 소행은 의심된다. 먼저, 능력이다. 남북 간의 경제력 차이가 40배이고 군사비 차이가 10배인데, 북측이 완전범죄를 벌일 만큼의 군사능력이 될까? 게다가 당시는 서해해상에서 한미군사훈련 중이었는데 북측이 거미줄 같은 통신망과 감시망을 뚫을 수 있을까? 둘째, 북측이 그럴만한 명분이나 이유가 뭘까? 지난한 북미 간 협상과정에서 보듯 북측은 매우 합리적이고 평화애호적이다. 그런데 들키거나 실패하면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히거나 전쟁도 몰고 올 수 있는 모험주의를 감행할 수 있을까? 셋째, 북측의 현실이다. 북측은 지금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북미 간에 합의됐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가 무산되었고 남북관계도 냉동 직전일 정도다. 북측이 ‘능력’과 ‘이유’와 ‘현실’에 맞게 한다면, ‘NLL 지역에서의 공개적인 무력시위→정전협정의 불안정성 부각→한반도 평화협정 제기’ 등의 방식을 취하지 않을까?

군은 이미 한번 죽었다. 천안함 사고가 나자마자 초동대처에 미흡했고 또 왜곡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군의 생명력인 위기관리 능력에 결정적 허점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재생의 여지가 있다. 그건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군이 사고 원인을 조작하거나 잘못 짚는다면 이는 스스로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 아니 영원히 죽이는 일이 된다.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사고 원인을 외부 세력의 소행으로 몰고 간다면 이는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군의 문제로 된다. 군이 초계와 작전에서 모두 실패한 게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측의 잠수함이 어떻게 수많은 경계망을 뚫고 백령도 근해까지 접근할 수 있었을까, 들키지 않고 어뢰 공격을 했을까, 그것도 적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다시 유유히 귀환할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군은 물샐 틈 없는 철통같은 방비를 못한 것이 된다. 사고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절대로 군을 두 번 죽여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