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재미 통일학연구소 소장)

 

백악관이 청와대에 국제전화를 걸었던 까닭

2010년 4월 1일 오전 7시 10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 전화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전화통화는 20분 동안 이어졌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안부를 묻는 사적인 통화가 아니라, 어떤 중대한 사안이 제기되었을 때, 정해진 의전절차에 따라 취하는 공식적인 외교행위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였던 중대사안이란 무엇이었을까?

<한국일보> 2010년 4월 14일부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차기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하였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47개 나라에 제안하여 성사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는 2년에 한 차례 열리는데, 오는 2012년에 열릴 제2차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그러한 제의를 꺼내기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차기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백악관에 알렸다고 하니, 오바마 대통령이 제의를 꺼내기가 무섭게 이명박 대통령이 덥썩 받아들인 것은 당연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시각에서 보면, 그 날 전화통화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다.

오바마-이명박 전화통화에서 마련된 각본에 따라, 2010년 4월 9일 워싱턴 디씨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실무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차기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하고 즉석에서 확정하였다. 그리고 4월 13일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한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의장석 바로 옆자리에 앉히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차기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한 실무회의 결과를 공표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준비한 각본대로 회의는 착착 실행되었다. <한국일보> 2010년 4월 14일부는 핵안보정상회의 차기 회의를 유치하고 싶어한 몇몇 나라들이 있었는데, 미국이 그 나라들을 사전에 설득하여 차기 회의 개최지를 남측으로 정하도록 막후교섭을 벌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차기 회의를 유치하고 싶어한 다른 나라들을 제쳐두고 회의 개최지를 남측으로 정한 것은, 차기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하려는 그들의 의사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말해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왜 핵안보정상회의 차기 회의를 남측에서 개최하게 하였을까? 그 까닭은, 그들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2012년까지 해결될 수 없다고 전망하였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없다는 말이다. 백안관 국가안보회의가 대북정책에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그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10년 4월 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발표한 “핵위험이 없는 세계를 향한 우리의 큰 걸음(Our Giant Step Towards A World Free From Nuclear Danger)”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코리아에 관련하여 우리는 그들이 협상탁자로 돌아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사를 계속 표명하고 있다. 정상화되고, 제재가 철회된 대미관계를 평양이 원한다면, 그들은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가 말하는 전략적 인내란 이처럼 이전에 부쉬 정부가 취했던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대북정책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는 말은,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지게 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은 북측이 2009년에 은하 2호를 쏘아올리고 지하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대미압박수단을 모두 꺼내놓았으니, 북측은 더 이상 자기들을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고, 따라서 자기들은 전략적 인내라는 전술로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나 하면서 2012년까지 시간을 끌다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전략적 인내라는 전술을 취하는 것은, 북측에게 “인공위성을 또 쏘아올리고 싶으면 쏘아올리고, 지하핵실험을 또 하고 싶으면 해봐라, 우리에게는 그런 압박을 견딜 인내력이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지금 대북관계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취하고 있는 이러한 태도는 한반도에서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공고한 평화를 실현하려는 노력에 결정적인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 사태는 차츰 심각해지고 있다.

친서 백지화와 9.19 공동성명 위반

2010년 4월 6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2010 핵태세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Report)’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으로서 그 조약의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국가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을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이라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논법에 따르면, 미국이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지 않는 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미국이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부르는 북측은 2003년 4월 10일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확정하였고, 비공식 핵보유국들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논법에 따르면, 이들 4개 나라들 모두 미국으로부터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 받지 못한다고 하면, 그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핵태세검토 보고서에 들어있는 소극적 안전보장 제공 문제에서 핵심은,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북측과 그 조약에 가입한 성원국이면서도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다는 혐의를 두는 이란에게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바마 대통령은 핵태세검토 보고서를 발표하기 하루 앞선 4월 5일 <뉴욕 타임스>와 회견하는 자리에서 북측과 이란을 “국외자(outliner)”로 지목하면서, 그 두 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 받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 핵공격으로 위협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말하는 핵공격을 군사작전개념으로 표현하면 선제핵공격으로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핵태세를 검토했다는 말은, 북측과 이란을 겨냥한 미국군의 선제핵공격 준비태세를 점검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런데 넉 달 전인 2009년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븐 보스워즈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자신의 특사로 평양에 보내면서 그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하였다. 친서에서 그는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회담을 병행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이번에 핵태세검토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그 제안은 한낱 외교적 장식문구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측을 소극적 안전보장 국외자로 지목한 것은, 불과 넉 달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자신의 친서를 백지화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외자 지목 발언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핵태세검토 보고서 발표는,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9.19 공동성명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백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더 큰 불신감을 느끼게 한 계기로 되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9.19 공동성명 위반행동은 북측과 미국이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없애버린 계기로 되었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견한 북측은 2010년 1월 11일 외무성이 발표한 성명에서 “1990년대부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들이 진행되였으며 그 과정에 <조미기본합의문>과 9.19 공동성명과 같은 중요한 쌍무적 및 다무적 합의들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합의들은 리행이 중도반단되였거나 통채로 뒤집혀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지금까지 전략적 인내라는 말은 대화와 협상을 거부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왔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백지화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9.19 공동성명 위반행동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전략적 인내가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핵공격 준비태세를 갖추면서 선제공격설로 자극하고 핵위협을 가중시키는 도발적인 의미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

차츰 좁혀지는 북측의 선택권

2010년 4월 7일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 특별보좌관 로벗 아인혼은 워싱턴 디씨의 전국기자협회(NPC)에서 회견하면서, 소극적 안전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고,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 제임스 밀러는 “소극적 안전보장에서 북코리아를 제외한 것은 비확산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 두 관리의 발언은 북측을 의식한 수습발언처럼 들리는데, 대통령의 발언보다 하급관리의 발언을 더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처럼 북측과 이란을 선제핵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는 협박성 발언을 꺼내놓자, 그에 대해 이란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0년 4월 11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는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핵무기로 위협하였다”면서 “세계는 21세기에 어느 한 나라 대통령이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위협한 이 발언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이 발언은 미국 정부가 악당정부로 신뢰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이란 의회는 이란에 대한 핵위협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미국을 유엔에 정식 제소하는 방안를 재적의원 290명 가운데 225명 찬성으로 채택하였다.

그런데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말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해서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간 것일까? 그 사정을 정확히 알 길 없지만, 아마도 북측은 말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대응하려고 결심한 듯하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2012년까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난 16년 동안 북측의 당과 군대와 인민들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한 의지와 구상에 따라 움직여 왔다.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여러 차례 논한 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말은 북측이 핵포기를 실행하고 그에 상응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반도에 제공하겠다고 공약한 핵우산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핵우산 제거라는 개념에 선제핵타격전의 첨병으로 전진배치된 주한미국군을 전면 철군한다는 뜻이 들어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이처럼 핵포기와 핵우산 제거의 동시실행은, 북측과 미국이 상호 등가행동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실행하여야 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비핵화 방안이다.

그런데 오늘 조성된 정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처럼 공명정대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위에서 논한 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전략적으로 인내”하면서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것이다. 다른 한편, 그에 반하여 북측은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자기 결심대로 그 길을 끝까지 가려고 하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전략적 인내 전술로 험난해진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에서 북측이 취할 선택권은 어느 한 방향으로 차츰 좁혀질 수밖에 없다. 북측의 선택권이 어느 한 방향으로 좁혀진다는 말은, 미국의 ‘중추신경조직’을 마비시킬 초강경한 강압공세로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에 조성된 난관을 돌파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중추신경조직’은 미국군의 세계전쟁체제와 백악관의 세계지배체제로 구성된 거대한 조직망을 뜻한다. 사람의 중추신경조직이 마비되면 숨을 쉬고 있어도 폐인이 되는 것처럼, 미국군의 세계전쟁체제가 마비되면 수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이 되고, 또한 백악관의 세계지배체제가 마비되면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하고 2류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북측이 미국의 ‘중추신경조직’을 마비시킬 초강경한 강압공세를 들이대면 미국은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로 끌려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참모부 대변인이 말한 ‘진짜 핵맛’은 무슨 뜻일까

미국군의 세계전쟁체제를 마비시킬 강압공세가 무엇인지 알려면, 인민군의 핵전쟁 전략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군의 무지막지한 핵공격력에는 강력한 핵억제력으로 맞서는 것이 상책이므로, 인민군이 핵전쟁 전략을 강화, 발전시켜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테면, 2010년 3월 25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답하면서 “반공화국 체제전복을 노리는 자들은 그가 주동이든 피동이든 세상이 일찍이 알지 못하는 무적강군의 진짜 핵맛, 노호한 천만군민이 벌리는 진짜 전쟁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말한 “진짜 핵맛”이란 다른 핵강국들의 핵전쟁 전략과 다른 인민군의 특유한 핵전쟁 전략을 뜻하는 말이다. 만일 인민군이 미국군의 핵전쟁 전략과 유사한 핵전쟁 전략을 가지고 있으면, 인민군의 핵억제력으로 미국군의 무지막지한 핵공격력을 당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까닭에 인민군의 핵전쟁 전략은 특유한 전략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인민군의 특유한 핵전쟁 전략은 미국군 지휘통제체계를 돌아가게 하는 군사항법위성과 군사통신위성을 기능정지상태에 빠뜨리는 전략이다. 군사항법위성과 군사통신위성이 멈춰버리면 미국군 지휘통제체계도 즉시 작동하지 않게 되는데, 전쟁상황에서 지휘통제를 받지 못하는 군대는 대혼란에 빠진다. 미국군이 대혼란에 빠지면 그들이 구축한 세계전쟁체제는 즉각 마비되고 말 것이다. 현대전에서 군사위성을 기능정지상태에 빠뜨리는 전략만큼 위력적인 전략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핵강국들은 군사위성을 기능정지상태에 빠뜨리는 전략이 가장 위력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 전략을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을 비롯한 5대 핵강국은 군사항법위성과 군사통신위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핵전쟁 전략을 가졌기 때문에, 만일 군사위성을 공격하면 자국 군사위성까지 마비되는 자해적 결과가 파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과 다르게, 북측은 군사위성에 의존하지 않는 특유한 핵전쟁 전략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군 군사위성을 기능정지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군 군사위성을 기능정지상태에 빠뜨릴 인민군의 무기는 전략무기다. 전술무기를 가지고서는 군사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수 없다. 인민군의 전략무기가 핵무기라는 점도 명백하며, 인민군의 핵억지력이 미국군 군사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핵무기라는 점도 명백하다.

만일 인민군이 미국군 군사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실전연습을 공개적으로 실시하여 저들의 세계전쟁체제를 마비시키겠다고 위협하면, 그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견디지 못할 가장 강한 강압공세가 될 것이다.

이란군 대형수송기를 평양에 불러들이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백악관의 세계지배체제는 전 세계를 군사력으로 지배하는 체제다. 백악관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경제력으로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21세기에 들어와 미국 경제가 헤어나올 수 없는 전면적 파산위기에 빠져들면서 미국 경제력은 이전과 달리 크게 위축되었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력과 유럽연합의 경제력이 강화되면서, 세계자본주의시장에서 미국 경제의 독점적 지위는 한 해가 다르게 약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될수록, 백악관은 군사력 강화만이 자기의 세계지배체제를 유지해줄 것이라 믿고, 군사력 우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미국이 군사력 우위를 지키는 길은 미국군의 전략무기체계를 끝없이 확충, 강화하는 것인데, 전략무기체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핵무기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백악관의 세계지배체제는 미국군의 세계전쟁체계와 맞물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세계지배체제와 세계전쟁체제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택한 것이 핵전략이다. 따라서 백악관도 핵전략으로 세계지배력을 유지하고, 미국군도 핵전략으로 세계전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핵안보정상회의는, 그가 큰 소리를 친 것처럼 전 세계에서 핵전쟁 위험을 제거하려는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핵개발 잠재력을 가졌거나 핵물질을 보유한 나라들에 대한 관리를 더 강화하여 핵확산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핵전략으로 유지되는 세계지배력과 세계전쟁력을 이전보다 더 강화, 확장하려는데 진짜 목적을 둔 것이다.

북측이 백악관의 세계지배체제를 마비시킬 강압공세를 가하는 것은, 그들의 핵전략을 위협하는 것이다. 백악관이 전략지역으로 분류해둔 지역에서 핵확산이 일어나는 날, 저들의 핵전략은 가동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백악관의 세계지배체제를 마비시킬 북측의 강압공세는 이란의 핵개발을 지원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공동핵개발을 추진하는 이란과 시리아는 그렇지 않아도 북측의 핵지원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전에 파키스탄이 이란의 핵개발을 지원하려는 것을 어렵사리 차단한 경험이 있는 미국은, 북측이 이란의 핵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최대 위험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 정기사찰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데도, 미국이 이란에게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재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란이 북측으로부터 핵개발을 지원 받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하려는 예방조치다.

이처럼 긴장된 정세에서, 북측이 이란군 대형수송기를 몇 차례 평양으로 불러들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발칵 뒤집힐 것이고, 북측의 양자회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북측이 미국군 군사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실전연습을 공개적으로 실시하여 미국을 강압할 것인지, 아니면 이란군 대형수송기를 평양에 불러들여 미국을 강압할 것인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택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