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과 함께 군의 위상도 침몰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고의 수습 과정에서 군이 오락가락하면서 총체적인 ‘불신의 바다’에 빠졌습니다. 군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런데 이번 천안함 사고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군의 모습은 국토와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자기 집단만 지키려는 전형적인 집단이기주의 모습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부모들 사이에서 ‘자식을 군대에 마음 편히 보내겠는가’ 하는 한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군은 청렴과 결백의 상징입니다. 군만큼 절도 있고 깨끗한 집단도 흔치 않습니다. 그러기에 군은 한 번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군은 천안함의 사고 발생 시간과 사고 원인, TOD 동영상의 유무와 천안함의 백령도 근접 항해 이유 등등에 있어 너무나도 많은 ‘말 바꾸기’를 했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고 믿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군의 신용에 금이 간 것입니다. ‘국민의 군대’인 국군이 국민의 신임을 잃는 순간 그 생명은 끝장납니다.

또한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입니다. 군은 어떤 경우에도 군 본연의 모습인 용기와 배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7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천안함 생존자들의 모습은 군인이 아닌 환자였습니다. “패잔병도 아닌데 왜 멀쩡한 군복을 두고 환자복을 입고 나오느냐”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합니다. 물론 생존자의 부상과 정신적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군이 국민들 앞에 나타난다면 정복을 입고 또한 사기도 충만해야 하는데, 웬걸 환자복을 입은 겁먹은 표정들이었습니다.

군이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군이 무너진다는 것은 이 나라의 방위가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번 천안함 사고로 군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래도 군은 살아야 합니다. 군이 재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습니다. 그것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입니다. 마침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에 민군합동조사단이 꾸려졌으며 또한 미국 측의 전문가도 투입된다고 합니다. 오죽 군이 불신을 받았으면 민이 참가하고 또 외세가 끼어들겠습니까? 어쨌든 군이 중심이 되어 천안함 침몰 원인을 푸른 하늘처럼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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