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된 지 열흘이 넘도록 국방부는 사고 발생 시각, 사고 원인 등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어느 하나 시원스레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사고 원인과 관련한 이명박(MB) 대통령의 입장이 비교적 일관해 돋보입니다. 다름 아닌 북한이 개입한 정황이 없다는 것입니다. 6.15선언 이전의 역대 정권들이라면 이번 서해상 백령도 앞바다에서의 천안함 침몰 사고와 같은 경우 대개 안보문제로 몰아가면서 일단 북한의 소행으로 돌렸을 터인데 말입니다.

북한 개입설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사고 때부터 MB와 청와대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1차 안보관계장관회의 소집 후 27일 청와대는 “북한과의 연계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28일 MB는 “예단을 근거로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어 1일 MB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오찬 때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때와 달리 이번 사고 직후에 감청된 북한군의 교신기록을 보면, 특이동향이 없다. 정황도 없는데 개입했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2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 자리에서도 “북한과 국제사회가 보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원인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절정은 이른바 VIP 쪽지입니다. 2일 국회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북 어뢰 공격설’을 강하게 제기했을 때 청와대가 김 장관에게 VIP 쪽지를 건넸습니다. 요지는 북한 어뢰 공격 가능성에 대해 너무 ‘오버’하지 말고 수습하라는 지시입니다. 그래도 계속 파장이 커지자, 4일 정부 고위당국자가 익명을 전제로 “북 공격설은 억측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MB도 5일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이러한 큰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며 섣부른 북한 개입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국방부와 보수언론이 근거 없이 ‘북 공격설’을 흘리는 판에, MB는 왜 일관되게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할까요? 정확한 정보에 의한 것인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지, 11월 G20 정상회의 성공을 고려한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건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 개입을 주장할 수는 없겠지요. 이는 6.15선언 이후 10년을 지나며 성숙된 국민의 대북의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MB가 보여준 일관성은 천안함 사고 수습후 오락가락 국방부에게는 커다란 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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